인텔, 7조원 넘는 누적 적자에 파운드리 사업부 분사 결정
TSMC, 시장 점유율 60% 이상 기록하며 독주 체제 공고
삼성, '턴키 서비스'로 승부수...관건은 대형 고객사 수주

전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이 대만의 TSMC 독주 체제로 굳어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2분기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62.3%로 나타났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전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이 대만의 TSMC 독주 체제로 굳어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2분기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62.3%로 나타났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우 기자】 전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이 대만의 TSMC 독주 체제로 굳어지고 있다.

업계 2위 탈환을 목표로 했던 미국의 인텔은 상반기 7조원대 적자 끝에 파운드리 분사를 선택했으며, 삼성전자는 TSMC와의 점유율 격차 좁히기가 요원한 상황이다.

따라서 당초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됐던 파운드리 삼파전도 TSMC의 다소 싱거운 승리가 예측되고 있다.

이 같은 전망에는 TSMC가 공고히 구축해온 주요 빅테크 기업들과의 협업 관계와 파운드리 사업만 매진해온 TSMC에 대한 높은 신뢰성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인텔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부를 연내 자회사로 분사하겠다고 밝혔다. 인텔이 파운드리 시장에 재복귀한지 3년만이다. 인텔의 분사 결정에는 30조원을 훌쩍 넘는 투자 대비 저조한 실적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인텔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부를 연내 자회사로 분사하겠다고 밝혔다. 인텔이 파운드리 시장에 재복귀한지 3년만이다. 인텔의 분사 결정에는 30조원을 훌쩍 넘는 투자 대비 저조한 실적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19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부를 연내 자회사로 분사하겠다고 밝혔다.

인텔이 파운드리 시장에 재복귀한지 3년만이다. 인텔의 분사 결정에는 30조원을 훌쩍 넘는 투자 대비 저조한 실적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인텔은 지난 2년간 매년 250억달러(약 33조원)의 자금을 투자했으나 막대한 적자가 지속됐다. 올 상반기까지 누적 적자가 53억달러(약 7조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인텔이 지난 2021년 파운드리 시장에 복귀할 때만해도 일부에선 삼성전자를 뛰어넘을 파운드리 업체가 등장했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전 세계 CPU(중앙처리장치)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인텔의 자사 CPU 생산만 하더라도 충분한 수주 실적을 쌓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또한 자국 반도체 기업 육성에 나선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됐다.

인텔은 오는 2030년까지 삼성전자를 제치고 업계 2위 파운드리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발표까지 했지만 결국 분사 결정을 내리며 다소 체면을 구기는 모양새가 됐다.

다만 인텔이 완전히 파운드리 사업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인텔은 분사를 통해 독립성을 강화하고 이를 통한 외부자금 수혈을 통해 사업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실제 인텔은 분사 계획과 함께 미국 애리조나 공장 건설 지원금 명목으로 200억달러(약 26조6000억원)의 보조금을 받았으며 군사·정보 분야에 사용하는 첨단 반도체 생산을 목적으로 30억달러(약 4조원)의 추가 보조금을 받는다고 밝혔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 [인텔 제공=뉴스퀘스트]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 [인텔 제공=뉴스퀘스트]

핵심 과제는 인텔이 제시한 '나노 로드맵' 구현 여부다.

당초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에 재진출하면서 TSMC와 삼성전자 간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 3나노 공정을 건너뛰고 올 연말까지 1.8나노 공정을 양산한 뒤 오는 2027년에는 1.4나노 공정에 돌입한다고 선전포고를 한 바 있다.

그러나 외신과 업계에서는 인텔의 1나노 공정 테스트 실패와 유럽 및 아시아 지역에서의 공정 프로젝트 일시 중단을 근거로 이같은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전망을 내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TSMC와 50%p 격차...'턴키 서비스' 전략 성공 여부 '관건'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2분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1.5%로 나타났다. 사진은 삼성전자 평택 2라인 전경. [삼성전자 제공=뉴스퀘스트]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2분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1.5%로 나타났다. 사진은 삼성전자 평택 2라인 전경. [삼성전자 제공=뉴스퀘스트]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2위를 기록 중인 삼성전자 역시 고민이 깊다. TSMC와의 격차가 연이어 50%포인트(p) 이상으로 벌어지며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62.3%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11.5%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두 기업간의 격차는 50.8%p로 전분기 50.7%p보다 소폭 벌어졌다.

앞서 지난 2022년 2분기부터 TSMC는 시장 점유율이 56% 미만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2022년 2분기가 최저(56%)였으며, 올 2분기에 최대 점유율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11~14%의 점유율을 유지해오고 있다.

외신과 업계에서는 엔비디아, 애플, 오픈AI 등 빅테크 기업들이 TSMC에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기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점유율 격차를 좁히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선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인텔과 같이 사업부를 분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이들은 삼성전자가 위탁생산뿐만 아니라 반도체 설계도 맡고 있어 다른 설계 업체들로선 이해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4(Samsung Foundry Forum 2024)'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장 최시영 사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뉴스퀘스트]
12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4(Samsung Foundry Forum 2024)'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장 최시영 사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뉴스퀘스트]

삼성전자는 오히려 종합 반도체 기업(IDM)의 장점을 십분 살린 '턴키 서비스'를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턴키 전략은 "열쇠만 돌리면 모든 것이 작동된다"는 뜻처럼 삼성전자가 메모리 공급, 첨단패키징, 테스트까지 고객사의 칩 제조에 필요한 모든 단계를 일괄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메모리, 파운드리, 어드밴스드 패키지 사업을 모두 보유한 삼성전자는 세 개 사업 분야간 협력을 통해 고성능·저전력·고대역폭 강점을 갖춘 통합 AI 솔루션을 선보여 고객의 공급망을 단순화하는 데 기여하는 등 편의를 제공하고 제품의 시장 출시를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의 통합 AI 솔루션을 활용하는 팹리스 고객은 파운드리, 메모리, 패키지 업체를 각각 사용할 경우 대비 칩 개발부터 생산에 걸리는 시간을 약 20% 단축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사장은 지난 6월 열린 파운드리 포럼에서 "삼성전자는 AI 반도체에 최적화된 GAA(Gate-All-Around) 공정 기술과 적은 전력 소비로도 고속 데이터 처리가 가능한 광학 소자 기술 등을 통해 AI 시대에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원스톱 AI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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