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가계대출 관리·강화 주문에 대출금리 ‘요지부동’
전북은행, 전체 19개 은행 중 11월 예대금리차 5.93%포인트로 1위
8월 이후 넉 달 연속 확대…12월에도 비슷한 추세 이어질 듯

은행연합회 소비자 포털에 공시된 ‘예대금리차 비교’ 통계에 따르면 11월 KB국민·NH농협·신한·우리·하나은행(가나다 순)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의 예대금리차는 1.00~1.27%포인트로 집계됐다.  서울의 한 거리에 은행 ATM 기기가 설치된 모습. [사진=연합뉴스]
은행연합회 소비자 포털에 공시된 ‘예대금리차 비교’ 통계에 따르면 11월 KB국민·NH농협·신한·우리·하나은행(가나다 순)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의 예대금리차는 1.00~1.27%포인트로 집계됐다.  서울의 한 거리에 은행 ATM 기기가 설치된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세계 각국이 기준금리 인하로 통화정책을 선회하면서 최근 몇 개월 동안 시장금리가 낮아졌지만,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를 뜻하는 ‘예대금리차’는 약 2년 만에 가장 큰 폭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하락기에는 예대금리차가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가계대출 관리·강화를 당부하면서 주요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하향 조정하지 않은 영향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30일 은행연합회 소비자 포털에 공시된 ‘예대금리차 비교’ 통계에 따르면 11월 KB국민·NH농협·신한·우리·하나은행(가나다 순)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의 예대금리차는 1.00~1.27%포인트로 집계됐다. 

해당 수치는 햇살론뱅크·햇살론15·안전망 대출 등 정책서민금융은 제외한 것이다.

은행은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로 수익을 내는 구조인데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역대급 실적이 다시 한 번 경신될 가능성이 있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의 예대금리차가 각각 1.27%포인트로 가장 컸고, 하나은행(1.19%포인트)·우리은행(1.02%포인트)·신한은행(1.00%포인트) 순이었다.

특히 전체 19개 은행 중에서는 전북은행의 예대금리차가 5.93%포인트로 제일 컸다.

토스뱅크(2.48%포인트), 한국씨티은행(2.41%포인트), 카카오뱅크(2.04%포인트)도 모두 2%포인트를 웃돌면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처럼 5대 은행의 가계 예대금리차가 모두 1%포인트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23년 3월 이후 1년 8개월 만에 처음이다. 

당시 NH농협은행 1.34%포인트, 우리은행 1.22%포인트, KB국민은행 1.13%포인트, 하나은행 1.11%포인트, 신한 1.01%포인트였다.

이 중 KB국민은행의 11월 예대금리차(1.27%포인트)는 2023년 2월(1.48%포인트) 이후 1년 9개월 만에 가장 컸다.

또 신한은행(1.00%포인트)·하나은행(1.19%포인트)·우리은행(1.02%포인트)은 지난해 4월(1.02%포인트·1.20%포인트·1.22%포인트) 이후, NH농협은행(1.27%포인트)은 올해 1월(1.50%포인트) 이후 최대 기록을 남겼다.

한국은행의 은행권 11월 가중평균 금리 통계에서도 신규 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1.41%포인트)는 2023년 8월(1.45%포인트) 이후 1년 3개월 만에 최대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문제는 금리 하락기에도 상당수 국내 은행의 예대금리차가 8월부터 11월까지 넉 달 연속 벌어지면서 금융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가 커지는 것은 금리 하락기에 매우 이례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지난 3분기 수도권 주택 거래와 관련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면서 금융당국이 은행들에 가계대출 수요 억제를 주문했고, 이를 수용한 은행권이 8월부터 본격적으로 가산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를 계속 올린 게 영향을 끼쳤다.

다만, 수신(예금) 금리의 경우 은행들이 최근 몇 달 동안 기준금리와 시장금리 하락을 명분으로 수차례 낮추면서 결과적으로 예대금리차를 벌어졌다.

대표적인 예로 NH농협은행은 지난 27일 예·적금 금리를 상품에 따라 0.05%포인트~0.25%포인트 낮췄고, 하나은행과 신한은행도 각각 20일과 23일 예·적금 금리를 최대 0.25%포인트씩 내린 바 있다.

우리은행도 지난 12일 수신 상품 금리를 한꺼번에 최대 0.40%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5가지 정기예금, 8가지 적금 상품의 금리를 0.05~0.20%포인트 낮춘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고객 영향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KB스타적금Ⅱ 등 최근 출시된 고금리 상품은 금리 인하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번 달을 포함해 다섯 달 연속 주요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가 더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내년 초 가계대출 총량 관리 압박이 줄면서 대출 가산금리 인하 등과 함께 예대금리차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연말보다는 은행들이 연초 가계대출 포트폴리오 관리 부담에서 벗어나는 만큼 대출금리 인하 측면에서 지금보다는 환경이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의 경우 수도권 주택 거래가 늘면서 가계대출도 급증했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나 탄핵 정국 등으로 미뤄 내년에는 주택담보대출이 그만큼 증가할 요인이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은행으로서는 일정 이익을 유지하려면 가계대출을 늘려야 하는 만큼 연초부터 대출 가산금리를 낮추는 경쟁이 시작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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