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C 자회사 앱솔릭스, 美 유리기판 공장서 올해 상용화
삼성전기 · LG이노텍, 관련 기술 확보와 투자에 속도
유리기판, 기존 플라스틱 기판 대비 발열 · 휨 에 강해
글로벌 반도체 · 유리 제조사도 시장 진입, 경쟁 치열해질 듯

 SKC가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5'에서 선보인 유리기판  [사진=연합뉴스]
 SKC가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5'에서 선보인 유리기판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황재희 기자】"광범위한 첨단 패키징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은 미국 반도체 산업 활성화의 성공에 매우 중요하며, 이 모든 것은 기판에서 시작된다"

로리 로카시오 전 미국 상무부 표준기술부 차관겸 국립표준기술연구소 소장이 한 말이다. 그간 반도체 칩과 메인보드를 연결, 전력을 흐르게 하고 칩을 보호하던 패키징 기술에 불과했던 기판이 AI(인공지능) 반도체 수요 증가에 힘입어 핵심 기술로 부상했음을 뜻한다.   

유리기판 시대가 개화했다. SKC의 자회사 앱솔릭스를 선두로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등 국내 전자부품 대표업체도 앞다퉈 유리기판 시장에 뛰어들며 미래 먹거리로 육성시키려는 분위기다.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건 앱솔릭스로 평가된다. 앱솔릭스는 2021년 11월 SKC가 미국 반도체 전공정 회사인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와 합작해 설립된 회사다. 출범 5년도 안됐지만 AI와 반도체를 그룹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은 최태원 SK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덕분에  유리기판 강자로 떠올랐다.

유리기판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던 기존 반도체 기판 대신 이름 그대로 유리소재로 만든 기판을 뜻한다. 당초 업계에서는 유리라는 소재의 특성상 다루기 까다롭고 가공도 쉽지 않아 상용화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는 편이었다. 반면  AI 반도체 수요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이를 위해 유리기판 소재 상용화도 앞당겨졌다. 

고성능 컴퓨팅과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는 전력소모가 크고 발열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데 유리 기판은 전력 소비량을 줄이면서 열 방출에서도 기존 플라스틱 소재보다 더 성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또 고성능 반도체 특성상 기판위에 여러 칩을 덧대 연결해야 하는데 기존 플라스틱 소재는 면적이 커지면 휘는 현상이 발생하지만 유리 소재는 휨에도 강하다고 알려졌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AI반도체는 데이터 처리량이 많아 소비전력이 기존 반도체 대비 상당히 높고 발열에도 취약하다"면서 "때문에 기존 플라스틱 기판 대신 유리기판이 부상하고 있는데 열이 발생해도 열을 가둬두지 않고 잘 빠지는데다 플라스틱 기판처럼 면적이 커져도 잘 휘지 않는 등 여러 면에서 유리하다고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리기판을 주력 생산제품으로 내세우고 있는 앱솔릭스는 올 상반기 미국 조지아주에 설립된 생산공장을 기반으로 유리기판 대량 양산에 들어간다. 앱솔릭스는 앞서 지난해 바이든 정부 시절 반도체지원법(칩스법)에 따라 최대 7500만달러(약 1074억원)의 지원금을 받는다는 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이달에도 1억달러(약1458억원) 보조금 지급을 확정 받았다.

미국에 안정된 생산공장을 확보한데다 합작사의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한다면 미국 빅테크 고객사 수주를 받는데도 훨씬 수월한 위치에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앱솔릭스는 올 초 CES 2025에서도 유리 기판을 전시했는데 해당 행사에 참석한 최태원 SK회장이  SKC의 유리기판을 들고 "방금 팔고 왔다"고 말하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FC-BGA(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 등 고성능 반도체 기판을 만들고 있는 삼성전기와 LG이노텍 역시 하이엔드 유리기판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엿보고 있다. 

삼성전기는 세종 사업장에 파일럿 라인을 구축했으며 올해 고객사 대상 샘플 프로모션을 시작해 2027년 양산하겠다는 목표다. LG이노텍도 유리기판 시장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올해 말부터 시제품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앱솔릭스에 비해 시장 진입이 다소 늦은 편에 속한다. 다만 유리기판 시장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관련 연구개발(R&D) 인력 채용과 기술 투자는 지속해서 진행해왔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그룹 관계사와의 협력도 유리기판 시장 기술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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