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 잠재성장률 1.9% 추정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한국 잠재성장률 2% 꽤 밑돌아” 우려
생산·효율성 올리기 위한 구조 개혁과 함께 고령층 노동력 활용 필요

한국은행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한국 포함 주요국 연도별 국내총생산(GDP)갭 현황’ 자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발표한 최신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잠재성장률을 1.9% 수준으로 전망했다. 서울 시내 한 고용복지플러스센터 구인게시판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한국 포함 주요국 연도별 국내총생산(GDP)갭 현황’ 자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발표한 최신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잠재성장률을 1.9% 수준으로 전망했다. 서울 시내 한 고용복지플러스센터 구인게시판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저출산·고령화·혁신부족 등으로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올해 사상 최초로 2%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7일 한국은행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한국 포함 주요국 연도별 국내총생산(GDP)갭 현황’ 자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발표한 최신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잠재성장률을 1.9% 수준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2월 전망치(2.0%)보다 0.1%포인트 떨어진 수치로 2001년 이후 OECD의 한국 잠재성장률 추정치가 2%를 밑도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잠재성장률은 잠재GDP의 증가율을 뜻한다. 잠재GDP는 한 나라의 노동·자본·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모두 동원하면서도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 수준이다.

OECD 보고서에서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11년(3.8%) 이후 14년 동안 하락세를 이어왔다. 지난 2022~2024년 3년 동안 2.2% 수준을 유지하다가 올해는 0.3%포인트 급락했다.

주요 7개국(G7)의 올해 잠재성장률은 ▲미국(2.1%) ▲캐나다(1.7%) ▲이탈리아(1.3%) ▲영국(1.2%) ▲프랑스(1.0%) ▲독일(0.5%) ▲일본(0.2%) 순이었다.

한국은 미국에 2021년(미국 2.4%·한국 2.3%) 처음 뒤처진 이후 5년 동안 이를 뒤짚지 못하고 있다. 만약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한국은 조만간 다른 G7 국가들에 역전을 허용할 가능성도 있다.

2021년과 비교했을 때 캐나다(1.5→1.7%), 이탈리아(1.0→1.3%), 영국(0.9→1.2%)은 오히려 잠재성장률이 반등했기 때문이다.

외부 기관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저성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달 초 유럽중앙은행(ECB) 포럼 정책토론 과정에서 “10년 전 만해도 한국의 잠재 성장률은 약 3%였지만, 지금은 2%를 꽤 밑돌고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12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과 향후 전망’ 보고서에서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시 분석한 결과, 2024~2026년 잠재성장률이 2% 수준으로 추정됐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2000년대 초반 5% 수준이었지만, 2010년대 연평균 3% 초중반, 2016~2020년 2% 중반으로 떨어졌다.

실질GDP가 최근 몇 년 동안 저조한 잠재GDP에도 미치는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4월 공개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GDP갭(격차)률은 2025년 -1.1%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2023년(-0.4%) 이후 2024년(-0.3%)를 거쳐 3년 동안 마이너스(-)를 이어갈 뿐 아니라 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다.

GDP갭률은 잠재GDP와 비교해 현시점의 실질GDP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실질GDP에서 잠재GDP를 뺀 격차를 잠재GDP로 나눈 백분율 값을 의미한다.

GDP갭률이 음수면 해당 기간 실질GDP가 잠재GDP를 밑돈다는 뜻으로 생산 설비·노동력 등 생산요소가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로 해석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OECD의 잠재성장률 하향 조정은 인구 감소, 생산성 하락과 같은 장기·구조적 요인뿐 아니라 최근 한국 경제 상황에 관한 부정적 시각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조영무 NH금융연구소장은 “잠재성장률 추계 방식이 기관마다 다르지만, 일반적 방법론을 고려하면 최근 한국 경제 부진이 반영된 데이터가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근 지표를 바탕으로 전망치가 다 바뀌는데, 결국 한국 경제가 당초 예상보다 더 좋지 않다고 본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구조 개혁으로 생산·효율성을 끌어올릴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또 인구 감소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고령층의 대규모 퇴직을 방치하지 말고 이들의 노동력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우리 경제의 빠른 기초체력 저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보고서에서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최근 30년(1994~2024년) 동안 6%포인트 떨어져 다른 나라와 비교해 하락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은 “기업 투자환경 개선이나 혁신기업 육성을 통한 생산성 향상, 출산율 제고, 외국인력 활용 등을 통해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 잠재성장률 하락세를 완화하거나 전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과감한 구조개혁으로 기초체력을 다시 다져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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