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로고. [사진=연합뉴스]
엔비디아 로고.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어진 기자】 미국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업체인 엔비디아와 AMD가 중국에 반도체를 수출하는 대가로 해당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납부하는 계약을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해당 계약이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정부 당국자를 포함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엔비디아와 AMD가 중국 시장에 대한 반도체 수출 허가를 받는 조건으로 중국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지급하기로 했다고 11일 보도했다.

FT는 “미국 기업이 수출 허가를 받기 위해 수입 일부를 정부에 내는 것은 전례가 없다”면서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정부 소식통은 엔비디아가 중국 내 H20 칩 판매 수익의 15%를 정부에 내기로 동의했으며, AMD도 MI308 칩 수익의 15%를 내기로 했다고 전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해당 칩들의 중국 수출을 제한했다가 지난달 입장을 바꿔 수출 재개를 허용한 바 있다.

이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생산하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 낙수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다. H20은 최신 제품인 5세대 HBM(HBM3E)가 아닌 4세대 HBM3를 탑재해왔다. 올해부터는 HBM3E 8단 제품을 탑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미 상무부의 수출 허가 발급이 지연되며 최근까지 대(對)중국 판매는 이뤄지지 않고 있던 차에 이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이번 결정이 이례적인 만큼 일각에서는 엔비디아와 AMD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HBM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등 불똥이 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 판매되는 칩 자체는 고부가제품인 고사양 칩이 아니고, H20 칩은 이미 만들어놓은 재고가 있기 때문에 당장 메모리 업계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엔비디아가 보유 중인 H20 재고가 45억달러(약 6조2000억원) 규모일 것으로 보고 있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가격 인하 요구 가능성에 집중하기보다는 중국 수출 재개 자체에 더욱 의미를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 중국 수출 규제로 인한 피해 강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던 삼성전자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SK하이닉스는 기존의 공급 우위를 유지하면서 수요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엔비디아의 고사양 AI 칩 ‘블랙웰’ 중국 판매 허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번주에 반도체 품목별 관세 발표를 앞두고 있고, 변동사항이 워낙 많아 일단은 예의주시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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