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이 회장 19개 혐의 모두 무죄 판결
지난해 분식회계 혐의 불리한 판결 추가돼
3일 항소심 재판부 판결에 재계도 주목
"책임있는 경영자 복귀 중요한 시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1월 25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삼성 부당 합병 혐의 관련 2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1월 25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삼성 부당 합병 혐의 관련 2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황재희 기자】10여년을 끌어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 관련 항소심 판결이 오늘(3일) 결정된다. 

이번 판결에 따라 그간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부당합병·분식회계 혐의를 받아온 이 회장이 사법리스크 족쇄를 풀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판결 예측은 아직 섣부르지만 재계에서는 조심스럽게 무죄를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 2기 출범으로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기에 이 회장의 무죄 판결은 곧 국가 경제에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사안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긴장감이 감돈다. 그간 삼성은 총수의 재판 결과에 대한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1심의 무죄 판결을 뒤엎는 유죄 판결이 날 경우 이 회장의 경영보폭에 제동이 걸리는 것은 물론 삼성그룹 전체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날 서울고법 형사13부(백강진 김선희 이인수 부장판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사건 항소심 선고기일에 출석한다.

이번 항소심은 2020년 9월 이 회장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부당합병 혐의로 기소된지 4년 5개월만에 열리는 재판이다. 

앞서 이 회장은 2015년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제일모직에 유리한 방향으로 삼성물산과 합병하도록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과정에서 당시 삼성전자의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과 공모, 제일모직의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로직스)의 4조5000억원대 분식회계에 가담한 혐의도 받고 있다.

1심에서 이 회장은 부당합병 혐의와 관련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이 회장의 지배력 강화만을 목적으로 이뤄지지 않은데다 불공정한 합병 비율로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이번 2심 판결을 좌우지할 변수는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가 연관된 분식회계 혐의로 꼽힌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로직스가 2012년부터 2014년까지는 에피스를 종속기업으로 회계처리했는데 2015년 관계기업으로 변경하면서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를 한 것에 대해 '올바른 회계처리'라며 무죄로 판결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로직스가 회계 부정 혐의 행정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은 로직스가 자본잠식 등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에피스 투자주식을 부당하게 평가,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했다는 판결을 냈다. 

삼성전자도 이번 항소심 판결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2분기 이후  반도체 실적 부진으로 위기설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4분기 실적도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다. 이  회장이 책임있게 나서 경영활동을 펼치는 등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중차대한 시기에 사법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향후 미래 사업을 위한 대규모 투자, 인수합병(M&A)도 속도를 내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실제로 이 회장은 다른 재계 총수들과 달리 그간 자신감있게 대외 활동에 나서지 못했다. 이 회장이 지난달 초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이후 그간 침묵으로 일관하며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도 이번 항소심 판결을 앞두고 몸을 사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에서도 이번 항소심 판결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검찰이 무리한 삼성 흔들기를 위해 그간 그룹 총수의 발목을 잡아왔다고 보고 있는데다 만약 유죄 판결이 나면 삼성전자 뿐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선 1심 무죄 판결에서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주요 경제단체에서는 일제히 환영하는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의 사법리스크가 해소되면서 경영 불확실성을 벗어나고 결과적으로 국내 경제 활성화와 수출을 통한 국가 경제 회복에 도움될 수 있다는 입장에서였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라 국내외 경제에도 위기감이 커지는 상황. 글로벌 경기 부진과 함께 트럼프 정부 정책에 따른 보호무역 확산, 첨단기술 경쟁 심화 등으로 수출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사법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이 회장의  행보가 결정되는 이번 판결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전쟁과 중국의 딥시크로 촉발된 AI(인공지능) 경쟁에서 삼성이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책임있는 경영자의 복귀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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