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리밸런싱 1년, 계열사 67개 줄이고 핵심역량 강화
최태원 회장 리더십에 최창원 의장 꼼꼼한 실행 '조화'
올해는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 SK하이닉스가 앞장

서울 종로구 SK 사옥. [사진=SK]
서울 종로구 SK 사옥. [사진=SK]

【뉴스퀘스트=황재희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3월 사촌 동생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을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 앉힌다.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리밸런싱(구조조정)을 통해 SK그룹의 위기를 탈출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 

최 회장의 이런 선택은 1년이  지난 지금 '신의 한수'라는 평가를 평가를 받는다. 구조조정 실행을 최창원 의장에게 맡긴 최 회장은 앞에서 그룹을 총 지휘하며 중심을 잡는 역할에 역량을 최대한 쏟을 수 있었다.

동생 최 의장은 일사분란하게 계열사별 전략을 점검해 군더더기를 없애며 균형을 잡고 있는 모습이다. 

두 사람이 이끄는 리밸런싱 효과가 계열사 감축과 투자재원 확보 등으로 가시화 되면서 올해도 SK그룹 리밸런싱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이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고강도 사업재편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리밸런싱 지휘봉을 쥔 인물은 최태원 회장이다. 그는 그룹의 성장성과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AI(인공지능) 반도체, 배터리, 에너지, 바이오 등 미래 핵심사업 강화를 위한 투자에 힘을 실어주며 과감한 결단력으로 그룹을 이끌고 있다.

최 회장이 주력하는 분야는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AI 반도체와 SK온을 통한 전기차 배터리 산업, SK이노베이션의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SK바이오팜과 SK바이오사이언스를 통한 바이오산업 등이다.

SK의 리밸런싱은 이같은 미래 성장 사업 투자를 위한 재원 마련이 핵심 목적으로 비주력, 저수익 사업 정리와 자산 매각등을 통해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SK네트웍스의 SK렌터카 지분 매각(8200억원), 반도체 특수가스 업체 SK스페셜티 지분 85%(2조7008억원)매각 등이 대표적이다. 이외에 투자영역이 중복되는 에너지 사업분야의 경우 SK이노베이션과 SK E&S 간 합병 등을 통해 한 곳에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같은 리밸런싱 성과는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SK그룹이 사업 재편 전인 2023년  SK지주사의 종속회사는 716개였으나 지난해 4분기 649개로 1년만에 67개가 감소했다. 같은 기간 연결대상에서 제외된 기업은 106개로 신규 계열사 39개보다 2.5배 더 많았다.

재무구조도 크게 개선됐다. SK그룹의 부채비율은 2023년 말 145%에서 지난해 3분기 128%까지 줄어들었다. 같은기간 총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을 뺀 순차입금도 84조2000억에서 76조2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이같은 성과에는 최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의 기여 역시 크다는 분석이다.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기도 한 최 의장은 지난해 최 회장의 부탁으로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맡은 후 1년간 그룹의 리밸런싱을 사실상 총책임지며 계열사 밀착 관리를 담당했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사진=SK]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사진=SK]

최 의장은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SK텔레콤 등 주요 계열사 CEO(최고경영자) 20여명을 정기적으로 만나 리밸런싱 성과를 보고 받고 전략 수립과 실행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올해 최 의장은 차입금 감소 등 보다 실질적인 목표를 통한 그룹 계열사의 재무건전성 강화를 중점 추진할 방침이다.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수펙스추구협의회 회의에서 그는 그룹의 주요 당면 과제 중 하나로 재무건전성 지속 강화를 꼽기도 했다. 

비용절감과 본원적 경쟁력 회복도 올해 SK그룹 리밸런싱의 핵심 과제다. 단순히 비용절감만으론 재무구조 개선에 한계가 있다보니 계열사별로 각각 사업 경쟁력을 키워 실적을 개선하는 일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고부가 HBM(고대역폭메모리) 리더십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낸 SK하이닉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SK하이닉스는 2023년말 순차입금이 20조5000억원이었으나 지난해 말 8조5000억원으로 12조원 넘게 줄였다. 이는 AI 반도체 기술력에 기반한 시장 리더십이 기여했다는 평가다.

최 의장은 실적이 두드러졌던 SK하이닉스에겐 더 높은 리밸런싱 기준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태원 회장이 강조해왔던 퍼스트 펭귄 전략에 기반해 가장 성과가 뛰어난 계열사가 앞장서서 운영 개선을 추진해야 그룹 전체 리밸런싱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부응하기 위해 SK하이닉스는 자발적으로 재무목표를 더욱 높였다. SK하이닉스는 단순 비용 절감이 아닌 생산프로세스와 기업 체질개선을 통해 고도화된 운영개선으로 올해 보유현금이 차입금보다 많은 순현금을 달성하겠다는 각오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그룹에서 가장 실적이 좋은 SK하이닉스도 재무개선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는 건 SK그룹의 리밸런싱 전략에 계열사 어느곳도 예외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다른 계열사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는 본보기 역할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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