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경영환경 불확실성에 비상경영 지속
최태원, 경비 절감·운영 개선 등 고강도 '쇄신' 주문
경영진 임금 삭감, 복지 축소 등 올해도 허리띠 졸라맬 듯
반도체·배터리 등 계열사 별 실적 따라 희비 엇갈려
![[사진=연합뉴스]](https://cdn.newsquest.co.kr/news/photo/202501/238711_136938_4828.jpg)
【뉴스퀘스트=황재희 기자】SK하이닉스가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SK그룹 안팎엔 긴장감이 여전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전기차 보조금 축소 등 대내외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때문에 지난해 하반기 본격화된 SK그룹의 고강도 사업구조 재편(리밸런싱)은 올해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연초 신년사에서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비용 절감에서 나아가 운영 개선까지 강조한 만큼 비상경영 체제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SK그룹의 리밸런싱 불씨가 된 배터리기업 SK온이 지난해 4분기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되며 연간 적자가 확실시 되는 상황. 이석희 SK온 사장의 솔선수범으로 시작된 경영진 임금 삭감 등 고강도조치가 올해 더 굳혀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앞서 이 사장은 지난해 7월, SK온이 2021년 출범 후 적자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연간 흑자 달성 때까지 연봉의 20%를 반납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에 C레벨급 다른 임원들도 조건부 연봉 동결에 동참했다.
SK온 임원들은 자진 임금 삭감 외에도 해외출장 시 비즈니스석을 이코노미석으로 대체하고 법인 카드 한도를 축소하는 등 각종 복리후생비와 업무추진비도 아꼈다. 조직 내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2021년 출범한 SK온은 지난해 3분기만 제외하고 적자행진을 이어왔다. 누적 적자만 3조원에 달한다고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한 투자의 일환으로 미국, 중국, 헝가리 등 해외 공장 건설 투자는 축소하지 않았다. 전기차 시장 전망을 높이 평가한 그룹 차원의 전폭적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문제는 그간 단기적인 상황으로 여겨진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투자 회수 시기가 언제일지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전기차 보조금 축소 정책이 본격화될 경우 배터리를 공급하는 SK온의 실적 타격도 불가피한만큼 비상경영 체제가 더욱 강화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SK그룹 차원에서도 비상경영 체제는 이어지고 있다. SK그룹은 중복 사업과 중복 투자로 인한 비효율성이 경영 위기를 불러 일으켰다고 판단, 관리가능한 수준으로 자회사수를 줄이고 있다.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도 계열사별로 임원의 20~30%를 축소하는 등 고비용 인력 줄이기에도 나섰다.
지분 정리 등 불필요한 자산 매각도 진행중이다. 지난해 11월에도 SK그룹은 베트남 재계 2위인 유통기업 마산그룹 지분을 약 2억달러(295억원)에 매각한데 이어 올 초에도 SK 투자 관련 계열사가 베트남 최대 그룹인 빈그룹 지분 1.33%를 1200억원에 팔아 현금을 확보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경비 절감에서 시작한 경영 효율화를 보다 고도화해 '체질 개선'을 강화할 것을 임직원들에게 주문하고 있다.
올초 신년사에서 최 회장은 “본원적 경쟁력의 확보를 위해 운영개선(O/I)의 빠른 추진을 통한 경영의 내실 강화가 필요하다”며 "운영개선이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경영 활동의 모든 영역에서 접목해야 하는 경영의 기본기로 자리잡아야 하며 재무제표에 나타나지 않는 모든 경영의 요소들이 그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SK그룹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임원 골프 금지령 등 경비 절감 방침은 그룹 차원에서 어떤 지시사항이 내려온 것은 아니고 계열사별로 형편이 다르다보니 동일하게 적용되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다만 지난해 그룹 인사에서 임원규모가 축소되고 조직이 슬림화되는 등 고강도 쇄신이 이뤄진데다가 올해도 경영환경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면서 경비 절감에 나서는 계열사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이천본사 [사진=연합뉴스]](https://cdn.newsquest.co.kr/news/photo/202501/238711_136939_493.jpg)
비상경영 체제 지속은 SK그룹 차원에서 최 회장이 AI(인공지능)와 반도체 사업에 강한 의지를 표명한 만큼 대규모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한 긴축 재정을 이어가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
지난해 SK그룹은 향후 5년간 미래 성장 동력 마련을 위해 103조원을 투자할 계획을 밝히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선두로 차세대 메모리 개발 등 AI와 반도체 사업분야에 집중 투자한다고 밝혔다.
특히 SK하이닉스의 시장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청주 M15X와 미국 패키징 공장,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등에 해당 자금이 투입될 예정이다.
문제는 SK하이닉스 외에 SK그룹에서 실적을 제대로 내고 있는 곳이 없다보니 대규모 투자금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때문에 그룹에서 비상경영 체제를 계속 이어가면서 비용절감에 힘쓸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SK그룹의 비상경영 체제가 동일하게 적용되는 건 아니다. 업황에 따라 계열사별 희비는 엇갈린다. SK하이닉스가 여유가 있다면 SK온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다.
직원 성과급 규모만 봐도 확연히 알 수 있다. AI반도체로 지난해 창사 이래 사상 최대 규모인 23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SK하이닉스는 올해 직원들에게 초과이익분배금(PS)으로 연봉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반면 SK온의 경우 연간 영업손실이 확실시 되며 직원들에게 성과급은 커녕 위로금도 지급되지 않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더 줄 수 있는 재무적 상황이 됐지만 비상경영체제인 다른 계열사 등 그룹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고려해서 지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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