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항공·우주·방산 통합 마치고, 2030년 매출 40조 비전 현실화
올해 1분기에만 수주액만 31조...연간 영업이익도 최소 3조원대 예상

기업 환경이 엉망입니다. 글로벌 무역 긴장, 환율 불안, 내수 부진 등은 기업 경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어려운 환경에서도 이를 뚫고 도약하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모두 어렵다고 아우성칠 때 '위기는 곧 기회다'라는 격언처럼 새로운 길을 찾아낸 기업들입니다. 뉴스퀘스트는 위기를 기회로 삼은 기업들을 찾아 성공 전략 등을 살펴봤습니다. <편집자 주>

한화 방산계열 기업들이 중동 및 북아프리카 시장에서 첨단 다층 방공 솔루션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 방산계열 기업들이 중동 및 북아프리카 시장에서 첨단 다층 방공 솔루션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뉴스퀘스트=황재희 기자】“국가 대표 기업으로서 대한민국은 물론 자유 세계를 수호하는 책임과 다음 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미래를 제공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대한민국의 경제와 안보를 위한 대체 불가능한 한화그룹을 함께 만들자.”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 2023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한화디펜스를 합병하고, ㈜한화 방산 부문을 인수해 항공·우주·방산을 아우르는 3사 통합을 완료한후 가진  ‘뉴비전 타운홀’ 행사에서 제시한 비전이다. 

당시 김  부회장이 밝혔던 2030년까지 매출 40조원, 영업이익 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미래  구상은 2년여가 흐른 현재 점차 현실로 이뤄지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하 한화에어로)가 올해 1분기만 지난해 연간 수주액에 맞먹는 규모인 31조원 가량의 일감을 확보한 것. 이를 기반으로 연간 영업이익도 지난해 보다 70% 이상 증가한 3조원대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동관 한화 부회장이 김승연 한화 회장의 신념과 뚝심을 이어받아 항공·우주 기업이라는 한화에어로의 미래 비전을 기반으로 방산 사업 경쟁력을 키워온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다. 

◆ 2014년 삼성테크윈 인수...10여년 동안 방산산업 육성

방산 사업은 한화그룹의 뿌리다. 김승연 회장은 1952년 그룹 모태인 화약사업을 기반으로  방산 산업을 육성해 국가 안보에 기여한 것은 물론 수출 경쟁력을 키우며, 창업자 고(故) 현암 김종희 회장의 '사업보국 정신'을 계승해 왔다.

특히 김 회장은 지난 2014년 한화에어로의 모태인 삼성테크윈을 인수하며, 장기적인 안목에서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항공우주와 방산 사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를 이어 한화의 방산 사업을 반석에 올린 인물은 장남 김동관 부회장이다. 그는 한화에어로를 그룹의 첨단미래 사업인 항공우주·방산 단일 계열사로 육성하기 위해 2022년 말 한화디펜스에 이어 다음해 4월 ㈜한화 방산 부문 3사를 전격적으로 통합했다. 같은 해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주도하며 한화에어로의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항공우주와 방산 수직 계열화라는 청사진을 그려온 김승연 회장의 비전을 장남인 김 부회장이 실현시킨 것은 물론 한화에어로를 육해공 종합 방산업체로 도약시킨 것이다. 

1분기에 일감 31조원 확보...지난해 연간 수주 규모

김 부회장이 한화에어로의 비전을 제시한지 2년여만에 한화에어로는 말 그대로 대체불가능한 국가대표 방산 기업으로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이는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증권가가 예상하는 한화에어로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최소 3조원 이상이다. 지난해 한화에어로의 연간 영업이익이 1조732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70% 이상 성장할 거라는 얘기다.

한화에어로의 연간 실적 기대치가 높은 이유는 수주 잔고 덕분이다. 한화에어로의 올 1분기 기준 수주 잔고는 31조4000억원, 이중 수출 비중이 20조원 이상으로 65%가 넘는다. 지난해 한화에어로의 연간 수주액인 32조4000억원과 1조원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

방산산업 특성상 하반기로 갈수록 수주액과 실적은 늘어날 전망이다. 배성조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화에어로 보고서에서 "1분기 폴란드향 K9와 천무는 각각 20문, 24대가 인도 기준 매출로 인식됐다"라며 "분기를 거듭할수록 폴란드 외 수출 매출이 가세되고 하반기에 내수 매출이 집중됨에 따른 증익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한화에어로 관계자도 "방산산업은 각국 정부를 대상으로 하는데 하반기 갈수록 예산 소진이 빨라지면서 매출도 증가하는 경향을 보여왔다"면서 "실적은 하반기에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중동 방산 시장 집중 공략...현지 투자 확대는 과제

한화에어로는 글로벌 안보 위기가 커진 올해부터 향후 수년간을 수출 확대의 골든타임으로 보고 있다. 다만 마냥 내부 분위기가 좋은 것만은 아니다. 안보 수요가 높은 유럽과 중동 국가는 자국에서 생산한 무기와 부품 비중을 높이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어 한화에어로가 수주를 확대하려면 현지 생산 거점 확대가 필수적이다.

한화에어로 관계자는 "중동, 유럽의 경우 국방 안보 수요는 유지되거나 늘어날 것으로 보는데 이 시장에 적기 대응하지 못하면 기회를 놓칠 수 있다라는 위기 의식도 있고 긴장감도 크다"며 "일단 투자 전 단계로 현지 합작법인(JV) 설립을 통한 파트너십 구축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사진=한화에어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사진=한화에어로]

올해 한화에어로는 폴란드 최대 민간 방산업체 WB그룹과 천무 유도탄 현지 JV 설립을 추진 중이다. 앞서 최종계약 전 단계인 텀시트 계약을 체결했으며 신규공장 설립 관련 본계약도 연내 체결해 빠르면 하반기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중동 수주 확보에도 속도를 낸다. 한화에어로는 자회사인 한화시스템, 한화오션과 올 초 사우디 최대 방산 전시회에 참가해 폴란드 수출에 성공한 주력제품 K9 자주포와 첨단 항전 장비, 전투기 핵심부품 등을 소개했다. 한화에어로는 연내 사우디 국가방위부와도 JV 추진을 서두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북미 역시 한화에어로가 실적 확대를 위해 공들이는 시장이다. 한화에어로는 현지에 탄약 스마트팩토리 건설을 추진해 탄약 공급에 빠르게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시스템, 한화오션 등 자회사와의 시너지 확보는 과제다. 글로벌 방산업체들은 지상 방산 경쟁력 뿐 아니라 육해공을 아우르는 종합 방산업체로서의 경쟁력을 부각시키는 패키지 형태로 제안하는 경우가 많아 이에 대응하려면 자회사들의 경쟁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방산업체 한 관계자는 "한화에어로는 지상방산에서의 경쟁력이 높지만 한화시스템, 한화오션 등 자회사들과의 시너지를 어떻게 부각시키는지가 앞으로 수주 경쟁력 확보에 관건이 될 것"이라며 "결국 자회사들도 현지 투자를 통해 기술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약 3조원대 유상증자로 투자재원 확보...조선·항공우주 경쟁력도 강화

한화에어로가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것도 종합적인 방산업체로서 빠르게 도약하기 위한 투자재원 마련의 일환이다.

다만 올 3월 발표 이후 진행된 유상증자 과정은 여러차례의 부침을 겪었다. 한화에어로는 유상증자로 주주가치 희석과 경영권 승계 논란 등이 생기자 규모를 당초 계획한 3조6000억원에서 2조3000억원으로 한차례 축소했다. 그러나 21일에는 주가 상승을 이유로 발행가액을 기존 1주당 53만9000원에서 68만4000원으로 정정하며 자금 조달 규모가 2조9100억원으로 다시 늘어났다.

같은 달, 김승연 한화 회장의 발빠른 지분 증여 역시 승계논란을 불식시키고 시장의 신뢰 확보를 위해 이뤄졌다. 김 회장은 보유한 한화 지분 중 절반인 11.32%를 세 아들에게 증여하며 지주사인 한화와 세 형제가 지분 100% 를 보유한 한화에너지를 합병해 승계 자금을 손쉽게 마련할거라는 시장의 시나리오를 비껴갔다. 김 회장의 이번 지분 증여를 통해 세 아들은 막대한 세금을 모두 납부해야 한다. 

아직 한화에어로의 갈 길은 멀다. 2035년까지 매출 70조원, 영업이익 10조원을 달성한다는 비전을 달성하려면 사업 외형도 수익성도 더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선 매출 비중이 큰 지상방산 경쟁력 뿐 아니라 첨단엔진·무인기·재사용발사체 등을 포함한 항공우주 분야,  해외 조선시설과 지분 투자를 통한 조선해양 사업도 적극 육성할 필요가 있다.

한화에어로는 이번 유상증자를 포함해 2028년까지 향후 4년간 약 11조원 이상을 확보해 중장기 투자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유상증자로 마련한 투자금은 지상방산 수주 경쟁력을 위한 유럽 현지 생산 거점 구축과 미국 필리조선소 확장, 미 해군 함정사업 진출 등에 우선 투입할 예정이다.

한화에어로 관계자는 "지상방산에서 나아가 조선해양, 항공우주 사업까지 시너지를 내며 종합방산업체로 성장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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