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美, 반도체투자 세액공제 확대, 트럼프 변수 남아있어"
AI의 필수 HBM, 우리기업에 주도권 있어...치열한 협상전 필요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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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황재희 기자】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압박과 함께 세액 공제를 확대하며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내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반도체 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 확대는 아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종 승인을 하지 않은데다 투자 대가로 받는 반도체 보조금 관련 재협상도 마무리 되지않는 등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19일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글로벌경제안보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은 "아직 미국 내 반도체 시설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 투자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지 위원은 "최근 (미 정부의) 세액 공제 발표에 마이크론,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 미국 기업들이 반도체 시설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라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이같은 흐름에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지 위원은 우리와 유사한 처지인 대만 TSMC 등의 행보를 살펴보라고 했다.

파운드리 1위 기업인 TSMC는 늘어나는 현지 빅테크 수주 물량에 대응하기 위해 총 1650달러(약 225조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 등에 첨단 팹과 패키징 시설, 연구개발(R&D)센터 등을 짓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 완전히 협상 주도권을 내어주는 대신 오히려 투자를 전략적인 협상의 지렛대로 삼고 있다.

일례로 TSMC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현지 투자 확대를 요청하며 대만산 반도체에 최대 100%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나오자, 관세가 최종 소비자 제품의 가격을 높여 반도체 수요를 낮출 수 있다며 미국 내 투자 계획을 변경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지 위원은 "미국은 엔비디아나 AMD 등 빅테크가 몰려 있어 AI 기술을 주도하고는 있지만 AI 구현에 필요한 반도체 기술력은 대만, 한국에게 밀리고 현지 반도체 제조시설 기반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우리 반도체 기업은 오히려 TSMC의 행보를 따라야 한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임 바이든 정부 때 미국에 최첨단 반도체 팹 건설을 약속하고 보조금을 받기로 했다. 양사의 투자 규모를 합산하면 약 55조원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약 6조5000억원의 보조금을, SK하이닉스는 약 6200억원의 보조금을 받기로 했다. 다만 올 들어 트럼프 정부가 재집권 한후 관세 정책이 오락가락 하는 등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고 있다.

게다가 미 상원의원이 내놓은 감세법안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비판했던 만큼 또 뒤바뀔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현지 반도체 투자시 제공하는 보조금과 관련해 우리 기업에 재협상을 요구해오기도 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이상 우리 기업이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동의했다. 특히 최첨단 반도체인 HBM에선 SK하이닉스나 삼성전자 등 우리 기업의 기술 경쟁력이 압도적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보조금 재협상에서도 우리가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은 "HBM 은 미국에겐 AI 무기를 확보하는 것처럼 중요해졌다"라며 "미국이 수천억원에서 수조원대의 반도체 보조금을 주면서까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투자를 요청하는 이유는 반도체 지원을 국방비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SK하이닉스가 HBM을 엔비디아에 공급하지 않겠다고 하면 엔비디아도 당장 AI 가속기를 만들지 못하게 될 만큼 우리 기업의 위상이 높아졌다"라며 "새 정부도 반도체 기업에 대한 지원을 국방비로 생각하고 전폭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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