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커' 이상혁 선수, 리그오브레전드 첫 전설의 전당 헌액
데뷔 11년간 활약 종횡무진...최초, 최다 기록 싹쓸이
SKT, 2013년 '아마추어'였던 이상혁 영입하며 적극 지원 나서
명품구단 다운 '선수 지원'...유망주 발굴 및 팬들 소통도 '진심'

지난 6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리그오브레전드 '전설의 전당' 헌액식이 열렸다. 수상자 '페이커' 이상혁 선수가 '전설의 전당' 사인 유니폼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김민우 기자]
지난 6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리그오브레전드 '전설의 전당' 헌액식이 열렸다. 수상자 '페이커' 이상혁 선수가 '전설의 전당' 사인 유니폼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김민우 기자]

【뉴스퀘스트=김민우 기자】 "위대한 선수 옆엔 위대한 팀이 있다"

한국인 최초 프리미어리거 '박지성' 선수 옆엔 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있었고, 축구계 GOAT(역대최고선수)로 꼽히는 '리오넬 메시' 옆엔 유소년 시절부터 그의 재능을 알아본 팀 '바르셀로나'가 있었다.

이스포츠(E-Sports)에서도 이 공식은 성립한다. '리그오브레전드'에서 처음으로 전설의 전당에 헌액된 '페이커' 이상혁 선수 옆에는 11년간 '원팀'으로 아낌없는 지원을 해온 구단 T1이 있었다. 

메이저 국제 대회 최다 우승(총 6회), 게임 개발사가 주최 및 주관한 모든 국제 대회를 우승한 최초의 팀, 상금 규모가 가장 큰 '롤드컵' 최다 우승(총4회), 국내 롤 리그인 LCK 최초이자 최다인 10회 우승 등 이들이 써내려온 역사만 해도 수두룩 빽빽하다.

이외에도 수없이 많은 기록들을 T1과 페이커가 만들어왔다.

이러한 배경에는 페이커의 뛰어난 실력과 함께  선수의 재능을 알아보고 이를 전폭적으로 지지한 구단의 노력도 함께 녹아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페이커' 이상혁, 데뷔 후 11년간 최정상급 선수로 활약...각종 최초, 최다 기록 싹쓸이

지난 6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리그오브레전드 '전설의 전당' 헌액식이 열렸다. '페이커' 이상혁 선수가 시그니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민우 기자]
지난 6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리그오브레전드 '전설의 전당' 헌액식이 열렸다. '페이커' 이상혁 선수가 시그니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민우 기자]

7일 업계에 따르면 T1 소속의 '페이커' 이상혁은 '리그오브레전드' 종목 최초로 전설의 전당 헌액자로 선정됐다.

'전설의 전당'은 NBA, MLB 등 주요 스포츠 종목에서 시행 중인 '명예의 전당'과 같이 해당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과 함께 탁월한 명성을 남긴 선수에게 헌액한다. 

라이엇게임즈는 올해 페이커를 시작으로 향후 매년 1명의 프로선수를 선정할 예정이다. 평가 및 선정은 이스포츠 업계 베테랑과 각 지역 전문가로 구성된 독립 투표단이 맡는다.

업계에선 페이커의 선정이 당연하다는 평가다. 국내외 대회 우승 경력을 비롯해 전세계적인 인지도나 포지션별 주요 통계 등에서도 페이커를 넘는 선수는 없다.

사실상 게임 내 최초, 최다 기록은 페이커가 싹쓸이를 한 상황이다. 

리그오브레전드(LOL)란?

라이엇게임즈가 2009년 출시한 AOS(에이오에스) 장르 게임이다. 총 10명의 유저가 5대 5로 경기를 치르며 방법은 체스나 장기와 비슷하다. 장기의 승패가 킹과 궁을 잡아내 갈리는 것처럼, 롤에서는 '넥서스'라고 하는 성을 무너뜨려야 이길 수 있다.

게임 유저들은 160여개에 달하는 챔피언(캐릭터) 중 하나를 골라 상대팀 선수와 실력을 겨룬다. 각 챔피언마다 고유의 기술들이 있는데, 이때 160여개 챔피언들은 가위바위보처럼 서로 물고 물리는 상성 관계를 가진다.

체스판, 장기판처럼 롤은 '맵'이라고 표현되는 장소에서 챔피언들이 경기를 치르며, '맵'은 크게 탑, 정글, 미드, 바텀 라인(Line)으로 구분된다. 라인에서 각 챔피언들은 게임 내에서 자동으로 생성되는 미니언(조그마한 몬스터)이나 상대팀 챔피언을 잡아 경험치와 돈을 얻고, 이를 통해 챔피언에 맞는 아이템을 구입하고, 레벨업을 통해 기술을 강화하면서 상대팀과 대결하는 방식이다.

업계에선 무엇보다도 11년간 정상급 선수로서 활동하고 있는 점을 강조했다. 

이정훈 LCK 사무총장은 "2013년 데뷔를 해 슈퍼스타로 등장하며 전성시대가 계속 이어지는 듯 했으나 몇번의 좌절을 겪기도 했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받을 때에도 지난해 롤드컵 우승을 달성하며 대단한 서사를 만들어 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가진 명예를 사회에 나누는 실천도 적극해오며 프로게이머로서의 선한 영향력을 주고 있다"며 "리그오브레전드 역사에 있어서 결국 '모든 길은 페이커로 통한다'는 말을 몸소 실천하는 모습이 멋있다"고 설명했다.

페이커는 지난해 롤드컵 우승을 통해 역대 최초 롤드컵 4회 우승자라는 타이틀과 함께 2016년 이후 롤드컵 우승 소식이 없던 T1 구단이 7년만에 트로피를 찾을 수 있게 한 핵심 플레이어로 활약했다. 

특히,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징동 게이밍'과의 4강전 3세트에서 보여준 플레이는 '역대급'으로 손꼽히며 현재까지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페이커의 주요 경력

-활동 포지션: 미드 

-2013년 4월 데뷔

-롤드컵 역대 최다 우승(4회)

-LCK 최다 우승(10회)

-LCK 최다 경기 출전

-LCK 최다 킬, 어시스트 달성

-메이저 국제대회 통산 100승 달성한 유일한 선수

-모든 메이저 국제대회 MVP로 선정된 유일한 선수

◇'스타크래프트'부터 이어져온 SKT의 이스포츠 사랑...올해로 구단 운영 20년째

지난 6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리그오브레전드 '전설의 전당' 첫 헌액식이 열렸다. 수상자인 '페이커' 이상혁 선수를 기념하는 벽화. [사진=김민우 기자]
지난 6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리그오브레전드 '전설의 전당' 첫 헌액식이 열렸다. 수상자인 '페이커' 이상혁 선수를 기념하는 벽화. [사진=김민우 기자]

페이커의 위대한 업적과 함께 구단 'T1'의 적극적인 지원과 20년의 운영 노하우 역시 재조명받고 있다.

T1의 모기업인 SK텔레콤은 지난 2004년 스타크래프트 프로팀 '4U'를 인수해 SK텔레콤 T1을 창단하며 가장 먼저 이스포츠 구단 운영에 뛰어들었다.

'프로게이머'에 대한 세간의 부정적인 시선을 무릅쓴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그러나 '테란의 황제' 임요환, '괴물' 최연성, '악마토스' 박용욱 등 스타급 선수들을 양산해내며 무모하다는 평가를 깨끗이 일축시켰다.

이에 힘입어 SK텔레콤은 지난 2012년 한발 더 빠르게 '리그오브레전드' 프로팀인 T1을 창단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리그오브레전드는 유저 사이에서 많은 인기를 얻었으나 대기업 차원의 스폰서는 없던 상황이었다.

지난 6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리그오브레전드 '전설의 전당' 헌액식이 열렸다. 같은 T1 구단 동료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케리아' 류민석, '구마유시' 이민형, '페이커' 이상혁, '오너' 문현준, '제우스' 최우제 선수. [사진=김민우 기자]
지난 6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리그오브레전드 '전설의 전당' 헌액식이 열렸다. 같은 T1 구단 동료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케리아' 류민석, '구마유시' 이민형, '페이커' 이상혁, '오너' 문현준, '제우스' 최우제 선수. [사진=김민우 기자]

SK텔레콤은 유명 아마추어 선수 발굴과 함께 기업 이미지를 바탕으로 리그 홍보에 적극 나섰다. 이를 선례로 CJ, 삼성, 진에어 등 대기업들의 프로팀 창단이 이어졌고 프로 선수들의 복지 혜택도 크게 늘었다.

SK텔레콤의 가장 큰 발굴은 무엇보다 페이커 영입이다. 아마추어 시절 '고전파'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했던 이상혁은 T1의 끈질긴 영입 시도를 통해 2013년 프로 선수로 데뷔했다. 당시 T1의 김정균 감독은 이상혁 선수의 실력이 압도적이라 테스트를 보지 않고 입단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울러 이스포츠 내 '명문구단'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유망주 발굴도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T1은 구단 최초로 국내에 유망주 시스템을 도입해 e스포츠 선수 양성 확대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롤드컵 우승을 이끌었던 '제우스' 최우제, '오너' 문현준, '구마유시' 이민형 선수 모두 유망주 그룹인 'T1 루키즈' 출신이다.

T1 측 관계자는 "구단 측에서 하는 사업이나 모든 업무는 다 선수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서 진행하고 있다"며 "사옥 내에 연습실을 비롯해서 헬스장 등 모든 편의시설을 마련해놓고 있고, 한의원을 가거나 피부과, 치과 등등 건강적인 면에서도 계속해서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1군 선수들 뿐만 아니라 2군이나 3군 선수들도 똑같이 편의시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프로 선수로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은 지원을 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리그오브레전드 인기는?

1020세대에게 리그오브레전드는 축구나 야구 등의 스포츠와 비슷한 인기를  얻고 있다. 실제 2011년 국내 정식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롤은 13년째 PC방 주간 점유율 40%를 기록하며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라이엇게임즈가 주관하는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은 월드컵, 올림픽 인기에 버금간다. 지난해 열린 롤드컵 결승전 최고 시청자 수는 640만명을 기록했다. 중국어 플랫폼 시청자 수까지 합하면 1억명이 넘는다. 

기업들의 후원도 이어져오고 있다. SK텔레콤을 비롯해 KT, 현대자동차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후원사를 맡고 있으며 벤츠, BMW 등도 대회 공식 파트너로 협력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아래 T1 선수들간의 유대도 단단하다. 실제 페이커를 비롯해 현재 1군 로스터에 있는 5명의 선수는 2020년부터 계속해서 호흡을 맞춰오며 'T1'만의 뚜렷한 색깔을 내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T1 소속으로 활약했던 '테란의 황제' 임요한 선수나 '울프' 이재완 선수 등과 콘텐츠 크리에이터 계약을 맺으며 '레전드' 선수를 그리워하는 팬들의 니즈도 적극 반영해오고 있다.

'2023 롤드컵' 결승전을 앞두고 지난해 11월 17일 광화문에 설치된 T1 선수들 입간판. (왼쪽부터) '제우스' 최우제, '오너' 문현준, '페이커' 이상혁, '구마유시' 이민형, '케리아' 류민석 선수. [사진=김민우 기자]
'2023 롤드컵' 결승전을 앞두고 지난해 11월 17일 광화문에 설치된 T1 선수들 입간판. (왼쪽부터) '제우스' 최우제, '오너' 문현준, '페이커' 이상혁, '구마유시' 이민형, '케리아' 류민석 선수. [사진=김민우 기자]

T1의 꾸준한 성과를 위해 지분의 절반 이상을 보유한 SK스퀘어는 지난 2022년 13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투자를 지속해오고 있다. 앞서 지난 2021년 SK텔레콤은 인적분할을 진행해 투자 전문기업 SK스퀘어를 출범하고, 기존에 갖고 있던 지분 54.95%를 SK스퀘어로 이전한 바 있다.

지분 이전 후에도 SK텔레콤은 T1의 메인 스폰서를 맡으며 지원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페이커를 비롯해 T1 소속 선수 3명이 합류한 아시안게임 리그오브레전드 종목 지원을 위해 후원사로 참여했으며, 결승전 뷰잉 파티 등 팬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활동을 이어갔다.

특히 올해에는 구단 운영 20주년을 맞이한 만큼 팬들과 선수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가 이뤄질 거란 예상이 나오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입장에서 20년간 이스포츠 산업에 꾸준한 투자를 해오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는데 SK텔레콤은 항상 과감하게 선택을 내렸다"며 "T1이 그간 쌓아왔던 노하우를 바탕으로 향후에도 충분히 제2, 3의 페이커와 같은 선수를 발굴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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