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세대 HBM 'HBM4', 2026년부터 엔비디아·AMD 반도체칩 탑재
삼성전자·SK하이닉스, HBM4 개발 위해 대규모 인적·물적 투자
공정 방식 고도화에 맞춤형 제작 요구로 '2년' 개발 시간도 빠듯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을 양분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6세대 HBM인 HBM4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을 양분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6세대 HBM인 HBM4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뉴스퀘스트=김민우 기자】 HBM(고대역폭메모리) 승부처가 5세대 HBM인 'HBM3E'에서 6세대 제품 'HBM4'로 향하고 있다.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반도체에 HBM4가 탑재되는 시기까지 2년이란 시간이 남았음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선 한시가 급하다.

공정 방식이 이전 세대보다 대폭 고도화된데다 고객사들의 맞춤형 제작 요구까지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HBM 시장을 양분 중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간 HBM4 공정 방식과 협업 관계엔 사뭇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전략은 동일하다. 양사 모두 경쟁사 대비 한발 빠르고 더 나은 HBM4 양산을 위해 설비 투자와 인재 영입에 자금을 아낌없이 쏟아붓고 있다.

◇인재 영입에 대규모 설비투자까지...HBM4 개발 총력 삼성전자·SK하이닉스

삼성전자는 2019년 이후 5년만에 HBM 전담팀을 신설했다. 사진은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삼성전자 제공=뉴스퀘스트]
삼성전자는 2019년 이후 5년만에 HBM 전담팀을 신설했다. 사진은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삼성전자 제공=뉴스퀘스트]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4 개발 역량 강화를 위해 인적·물적 투자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 4일 자사의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에 HBM 개발팀을 신설했다. 

삼성전자는 HBM 전담 팀 신설로 의사 결정 속도를 높이고 시장 경쟁력을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신설팀의 핵심 과제로는 'HBM4 개발'이 꼽히고 있다. 신임 HBM 개발팀장은 차세대 D램 로드맵 구축에 앞장서온 손영수 부사장이 맡았다.

이에 앞서 800여개 직군에 대한 경력 사원 채용에도 나섰다. 특히 HBM과 관련해 설계 및 회로 검증 분야 인재 채용이 핵심이다.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첫 번째 팹 건설을 위해 9조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클러스터 조감도.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첫 번째 팹 건설을 위해 9조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클러스터 조감도.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도 차세대 HBM 대량 생산을 위해 전폭적 투자에 나서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이사회 결의를 걸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첫 번째 팹(Fab, 반도체 제조공장)과 업무 시설을 건설하는 데 9조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총 415만㎡ 규모에 달하는 클러스터에는 최첨단 팹 4개와 국내·외 50여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이 들어설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이를 통해 협력 업체와의 원자재 및 부품 조달을 더욱 빠르게 하고 용수, 전력 등을 공동으로 사용함으로써 비용을 줄여 반도체 산업에서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예년 4월과 9월에 이뤄지는 채용에 더해 지난 7월 세 자릿수에 달하는 반도체 인재 영입에 나서기도 했다. 이들 대부분은 인공지능(AI) 메모리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22년 10월 착공에 돌입한 청주 M15X 공장과 본사인 이천공장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엔비디아 'HBM4' 탑재까지 길게는 '2년'...개발·퀄 테스트·양산 고려하면 촉박

엔비디아는 오는 2026년에 출시될 GPU '루빈'에 HBM4을 8개 탑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엔비디아는 오는 2026년에 출시될 GPU '루빈'에 HBM4을 8개 탑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개발에 대규모 인적·물적 투자를 아끼지 않는 'HBM4'은 이르면 오는 2025년 말, 늦어도 2026년 상반기부터 본격 활용될 예정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는 앞서 지난 6월 대만 '컴퓨텍스' 간담회에서 2026년 출시를 앞둔 차차세대 반도체 '루빈'을 언급하며 해당 칩엔 HBM4이 8개, 업그레이드 모델인 '루빈 울트라'엔 HBM4가 12개 탑재될 것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HBM을 핵심 부품으로 활용하는 'GPU(그래픽처리장치)'의 시장 점유율 90%를 차지하는 회사다. 시장 점유율 2위를 기록 중인 AMD 역시 2026년 출시하는 'MI400'에 처음으로 HBM4를 탑재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HBM4 탑재 소식이 나오기 시작하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도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6월 2일 타이베이 국립대만대 종합체육관에서 한 '컴퓨텍스 2024' 기조연설에서 올 하반기 출시할 AI가속기 '블랙웰'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6월 2일 타이베이 국립대만대 종합체육관에서 한 '컴퓨텍스 2024' 기조연설에서 올 하반기 출시할 AI가속기 '블랙웰'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업계에서는 2년이란 시간이 HBM 개발에 있어서는 결코 긴 시간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2년이란 기간이) 일반 제품 개발의 경우 넉넉하다"면서도 "HBM은 기술 복잡성과 시장 경쟁 상황을 고려하면 오히려 부족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HBM 양산을 위해서는 기술 개발, 샘플 제작, 고객사의 샘플 퀄리티 테스트, 양산 준비, 제품 탑재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특히나 엔비디아의 '퀄리티 테스트'는 꼼꼼한 확인 과정으로 정평이 나있다. 

페이퍼 테스트, 성능 테스트, 신뢰성 테스트, 호환성 테스트 등 총 4가지 항목에서 모두 높은 기준을 충족해야만 공급 계약 체결이 가능하다. 퀄리티 테스트에 소요되는 시간이 정확히 밝혀진 것은 아니나, 업계에서는 최소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정도 걸리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 '루비'에 HBM4를 탑재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진 기술 개발과 샘플 제작까지 맞춰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더 높아진 HBM4 공정 난도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전 HBM 대비 적층 수는 높고 실리콘관통전극(TSV) 기술은 더 미세해야 하며 동시에 발열 문제와 전력 효율성도 해결해야 한다. 

무엇보다 고객사들이 HBM의 성능, 용량, 기능 등을 자사 반도체에 맞춤형으로 제작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어 공정 난도는 더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모든 상황을 고려할 때 생산 업체로선 2년도 빠듯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SK하이닉스, HBM4 12단까지 MR-MUF 활용...삼성전자,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 적용

엔비디아의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에서 전시된 SK하이닉스(왼쪽)와 삼성전자의 5세대 HBM(HBM3E) 실물. [사진=연합뉴스 제공]
엔비디아의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에서 전시된 SK하이닉스(왼쪽)와 삼성전자의 5세대 HBM(HBM3E) 실물.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4 개발에서 각기 다른 패키징 방식을 도입하고 있어 어떤 방식이 더 나은 것으로 평가받을지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4 12단까지는 독자 개발한 '어드밴스드 MR-MUF(대량칩 접합 몰딩 방식)'을 활용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앞서 25일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HBM4는 내년 하반기 12단부터 출하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어드밴스드 MR-MUF를 적용해서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이브리드 본딩에 대해서 "칩과 칩 사이를 마이크로범프없이 직접 붙이는 방식인데 패키징 높이를 줄일 수 있어서 단수 증가에 대비해 연구 중"이라며 "(해당 기술을) 양산에 적용하려면 기술을 더욱 고도화해야 하고 고객, 파트너사와 협업해 철저한 품질 검증을 거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HBM4 16단부터는 하이브리드 본딩을 적용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당장의 HBM4(12단) 개발에서는 어드밴스드 MR-MUF를 활용한다는 입장을 분명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9일 열린 파운드리 포럼에서 로드맵을 공개하며 이전 세대 HBM까지 적용했던 'TC-NCF(열압착 비전도성 접착필름)' 대신 HBM4부터는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로 불리는 'CoC 본딩(구리 직접 접합)'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을 적용해 내년 48기가바이트(GB), 16단의 HBM4를 개발한다는 목표다.

MR-MUF는 반도체 칩을 회로에 부착하고 이를 위로 쌓아올리는 과정에 칩과 칩 사이 공간을 EMC(에폭시 몰딩 화합물)라는 물질로 채워 붙이는 공정을 말한다. 비유하자면 샌드위치(칩 결합)를 만들 때 식빵(HBM) 사이와 밖에 다른 재료 없이 잼(액체 접착제, ECM)을 이용한 것이다.

CoC 본딩은 칩 표면의 구리 전극을 고온·고압으로 압착해 직접 연결하는 방식이다. 납땜 인두로 전자 부품을 납땜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지난 9일 열린 삼성전자 파운드리 포럼에서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뉴스퀘스트]
지난 9일 열린 삼성전자 파운드리 포럼에서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뉴스퀘스트]

각 기술마다 장·단점이 있다. MR-MUF는 EMC라는 소재가 칩 사이에 빈 공간 없이 채워지기 때문에 방열 효과가 우수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추가 작업인 다른 재료(NCF)의 접합 공정을 생략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생산 속도가 높고 불량률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CoC 본딩은 칩을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납땜용 구슬인 범프를 사용하지 않아 HBM 두께를 줄이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전기 저항 감소, 열 방출 개선 등도 장점으로 꼽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샘플이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어떤 기술이 확고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고객사들 입장에서는 자사의 요구에 맞춰 좋은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이 나오는 HBM에 물량 수주를 맡길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높아진 HBM4 공정 난도...SK하이닉스는 TSMC, 삼성전자는 자사 파운드리와 협업

최태원 SK 그룹 회장(왼쪽)과 TSMC 웨이저자 회장이 지난 6월 대만 타이베이 TSMC 본사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SK그룹 제공=뉴스퀘스트]
최태원 SK 그룹 회장(왼쪽)과 TSMC 웨이저자 회장이 지난 6월 대만 타이베이 TSMC 본사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SK그룹 제공=뉴스퀘스트]

더 높아진 HBM4 제작 난도에 대응하는 양사의 협업 전략도 사뭇 다르다. 

SK하이닉스는 오랜 파트너이자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대만의 'TSMC'와의 협력을 공고히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양사는 지난 4월 HBM4 개발에 협업하기 위한 기술 협력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이에 따라 HBM 패키지 내 최하단에 탑재되는 베이스 다이의 성능 개선에 나선다. 또한 SK하이닉스의 HBM과 TSMC의 CoWoS® 기술 결합을 최적화하기 위해 협력하고, HBM 관련 고객 요청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CoWoS(Chip on Wafer on Substrate)은 TSMC가 특허권을 갖고 있는 고유의 공정으로, 인터포저(Interposer)라는 특수 기판 위에 로직 칩인 GPU/xPU와 HBM을 올려 연결하는 패키징 방식이다.

수평(2D) 기판 위에서 로직 칩과 수직 적층(3D)된 HBM이 하나로 결합되는 형태라 2.5D 패키징으로도 불린다.

삼성전자는 자사의 시스템LSI사업부와 파운드리사업부를 적극 활용해 HBM4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사진은 삼성전자 평택 2라인 전경. [삼성전자 제공=뉴스퀘스트]
삼성전자는 자사의 시스템LSI사업부와 파운드리사업부를 적극 활용해 HBM4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사진은 삼성전자 평택 2라인 전경. [삼성전자 제공=뉴스퀘스트]

업계 유일 '종합 반도체 기업'(IDM)인 삼성전자는 자사의 시스템LSI사업부와 파운드리사업부를 적극 활용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4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HBM4 로직 다이에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HBM3E까진 7나노 공정을 적용했지만, HBM4는 5~6나노 공정을 건너뛰고 4나노 로직 공정을 적용해 경쟁사 대비 성능과 전력효율을 높여 제품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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