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삼성전자, HBM 안주 대신 차세대 수익 모델, 근본적 경쟁력 강조
국내 팹리스 업체, 한국판 '엔비디아' 꿈꾸며 GPU 대체할 AI 가속기 개발 박차
차세대 HBM으로 CXL, PIM, MRDIMM 등 거론...삼성전자·SK하이닉스 개발 앞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지난 5일 SK하이닉스 주요 경영진과 함께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HBM 생산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SK그룹 제공=뉴스퀘스트]](https://cdn.newsquest.co.kr/news/photo/202408/229770_126165_5643.jpg)
【뉴스퀘스트=김민우 기자】 "지금은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지만 더욱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차세대 수익 모델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지난 5일, 최태원 SK그룹 회장)
"2분기 실적이 좋아진 건 근본적인 경쟁력을 회복한 덕분이라기 보단 시황이 좋아진 데 따른 것이다. 근원적 경쟁력 회복 없이 시황에 의존하다 보면 또 다시 작년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지난 1일,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
HBM(고대역폭메모리)를 중심으로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차세대 수익 모델', '근원적 경쟁력 회복'을 언급하며 포스트 HBM 시대 대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 핵심 부품인 '반도체 트렌드'가 하루가 멀다 하고 변화하는 상황에서 HBM이 그러했듯 다른 반도체가 AI 모델에 더 적합할 경우 자칫 잘못 할 경우 기술 경쟁에서 선두권을 놓칠 수 있어서다.
아울러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들은 AI 가속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한국판 '엔비디아'를 꿈꾸며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보다 가격은 낮고 성능은 더 향상된 칩 개발에 나서고 있다.
다만 기업들의 이같은 '차세대 HBM' 연구가 즉각적인 수익화로는 이어지진 않을 전망이다. 향후 2~3년간은 HBM이 주요 빅테크 기업의 AI 모델에 핵심 부품으로 활약하며 'AI 가속기 강자'로 군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CXL·PIM·MRDIMM 등 개발 속도...HBM 대비 수익성은 아직
![최장석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신사업기획팀장(상무)이 지난 7월 19일 '삼성전자 CXL 솔루션'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뉴스퀘스트]](https://cdn.newsquest.co.kr/news/photo/202408/229770_126166_5657.jpg)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차세대 HBM으로 평가받는 AI 가속기 칩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반도체로는 CXL(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 PIM(프로세싱 인 메모리), MRDIMM(다중랭크 듀얼 인라인 메모리 모듈) 등이 거론되고 있다.
CXL은 GPU, CPU(중앙처리장치), FPGA(프래그래머블 반도체) 등 다양한 메모리 사이에 고속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칩이다. 컴퓨터 부품들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소통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할 수 있다.
HBM보다 제작 난도가 낮고 GPU과의 연결도 용이해 대규모 데이터 처리 시스템 구축에서 유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삼성전자는 이 CXL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021년 5월 업계 최초로 CXL 기반 D램 제품 개발을 시작으로 최고 용량 CMM-D램 개발 등에 성공하며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오픈소스 솔루션 기업 '레드햇'이 인증한 CXL 인프라를 화성캠퍼스 내 삼성메모리리서치센터(SMRC)에 구축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측은 "2019년 CXL 컨소시엄 발족 초기부터 글로벌 주요 데이터센터, 서버, 칩셋, 메모리 업체 등과 함께 CXL 생태계 확산을 위한 적극적인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며 "AI시대 차세대 솔루션으로 떠오르고 있는 CXL 기술로 메모리 한계를 극복하겠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가 지난 2022년 12월 업계 최초로 성공한 'DDR5 MCR DIMM' 샘플. [SK하이닉스 제공=뉴스퀘스트]](https://cdn.newsquest.co.kr/news/photo/202408/229770_126167_5733.jpg)
MRDIMM도 차세대 반도체 칩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해당 칩은 D램 모듈에서 CPU로 보내는 데이터 전송 단위 묶음인 '랭크'를 동시에 두 개 작동시켜 메모리 대역폭을 두 배로 늘렸다.
HBM이 대역폭과 데이터 처리 과정에선 우위가 있으나 용량과 가격 측면에선 MRDIMM의 경쟁력이 더 크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22년 12월 일찌감치 미국 인텔, 일본 르네사스와 협업하며 DDR5 MRDIMM 샘플 개발에 성공하며 성능 검증을 진행 중이다. 고객 수요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맞춰 제품을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DDR5 MRDIMM 개발을 완료하고 샘플을 고객사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2021년 개발한 HBM-PIM 제품. [삼성전자 제공=뉴스퀘스트]](https://cdn.newsquest.co.kr/news/photo/202408/229770_126168_5747.jpg)
HBM과 같이 GPU가 수행하는 데이터 연산에 도움을 주는 PIM계 메모리칩도 기업들이 상용화를 위해 개발에 나서고 있다.
PIM은 D램칩에 연산 회로를 추가해 데이터 연산을 메모리에서 직접 수행한다. 기존에는 데이터를 GPU로 이동해 처리했던 과정을 메모리 자체에서 처리해 병목 현상을 해소하는 장점이 있다.
반도체 업체들은 기존 PIM에 HBM의 특징을 결합시킨 HBM-PIM 개발에 나서며 연산 속도를 극대화하고자 한다.
실제 삼성전자가 지난 2월 열린 반도체 설계 학회 'ISSCC 2024'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HBM-PIM가 탑재된 AMD의 GPU '32 MI100'이 기존 HBM 대비 GPU 성능이 2.55배, 에너지 효율은 2.67배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 2월 업계 최초로 HBM-PIM 개발에 성공했으며, 다음해에는 HBM3 기반 PIM 개발을 완료했다. 지난해에는 AMD와 협력해 '32 MI100'을 개발하고 성능 향상 및 전력 효율 개선 효과를 입증했다.
SK하이닉스는 PIM에 초점을 맞추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22년 PIM 기술을 적용한 GDDR6-AiM을 개발을 시작으로 지난해 9월 GDDR6-AiM을 탑재한 AI 가속기 카드인 AiMX 카드를 시제품으로 선보였다.
◇한국판 '엔비디아'를 노리는 팹리스 업체들...가격 줄이고 성능 높인 AI칩 양산 '목전'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와 리벨리온이 협업해 제작한 NPU '아톰'. [사진=김민우 기자]](https://cdn.newsquest.co.kr/news/photo/202408/229770_126169_5758.jpg)
국내 AI 팹리스 기업들의 기술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 기업은 높은 비용과 공급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GPU를 대체할 AI 특화 반도체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은 지난 18일 사피온코리아와 합병 체결 소식을 알린 '리벨리온'이다
리벨리온은 2020년 AI반도체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설립 3년만에 칩 2개를 출시하며 국내외 투자자로부터 누적 3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빠르게 성장해 왔다.
리벨리온이 상반기부터 양산에 돌입한 NPU(신경망처리장치) '아톰'은 기존 GPU 대비 20% 향상된 전력 효율성을 제공하고 있다.
실제 아톰을 기반으로 이미지 생성 모델과 언어 모델을 가속 시연한 결과, 전력 소모량은 보편적인 GPU 대비 5분의 1 수준으로 나타났다. 데이터 처리에 필요한 에너지 양을 나타내는 J/TOKEN도 GPU 대비 3~4.5배 효율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영상 SKT CEO(사진 오른쪽에서 3번째)와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사진 왼쪽서 3번째)가 향후 합병법인을 위한 지속적인 협력을 다짐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SK텔레콤 제공=뉴스퀘스트]](https://cdn.newsquest.co.kr/news/photo/202408/229770_126171_5911.jpg)
'KT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와 보안 플랫폼 '코퍼레이션' 등이 각 사의 AI 서비스를 위해 '아톰'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벨리온은 아톰에 이어 차세대 AI칩 '리벨'을 내년에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 6월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엔비디아와 비교해 성능은 3배, 가격은 3분의 1로 하는 것이 목표"라며 "메타의 AI 모델을 구동하는데 엔비디아의 GPU가 두 장이 필요한 반면 리벨칩은 하나의 칩으로도 가능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리벨리온과 함께 퓨리오사AI, 딥엑스, 하이퍼엑셀 등의 기업도 AI 맞춤형 반도체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퓨리오사AI '레니게이드', 딥엑스 'DX-M1', 하이퍼엑셀 'LPU' 등이 현재 개발 완성 및 양산에 들어간 상황이다.
![엔비디아의 슈퍼컴퓨터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사진=엔비디아]](https://cdn.newsquest.co.kr/news/photo/202408/229770_126170_5820.jpg)
다만 한국형 '엔비디아'를 노리는 이들 기업의 수익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몇몇 기업의 경우 칩 설계만 완성했을 뿐 양산 절차에 돌입하지 않기도 했고 양산 후에도 여러 고객사의 제품 탑재까지 이뤄져야 본격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기 떄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가 GPU를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높은 가격과 공급 부족으로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AI 연구 개발을 위해 다른 팹리스 기업들의 반도체 칩 탑재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 기업들이 칩 성능 및 가격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면 충분히 이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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