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기조 아래 사상 최대 실적 올리고 있지만, 차가운 사회적 시선 부담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관리 압박에 ‘이자장사’ 비판 속에서 연이어 금리 인상
“공급 해소로 잡아야할 집값 문제를 은행권에 떠민다”는 비판도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와 가계대출 관리를 목표로 은행권에 대출 금리 인상을 압박하는 가운데 다음달 시행을 앞둔 ‘2단계 스트레스 DSR’과 관련해 은행권이 사회적 비판 여론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서울 시내 한 부동산중개업소. [사진=연합뉴스]](https://cdn.newsquest.co.kr/news/photo/202408/229727_126111_5617.jpg)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지난달 취임 후 약 3주 만에 은행권과 첫 간담회를 가진 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의 발언은 따끔했다.
김 위원장은 은행이 우리나라 금융 산업의 중심축으로서 높은 건전성을 유지해 왔으며, 위기 상황 때마다 민생 안정에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은행의 고수익에 대한 사회적 논란에 대해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은행권에 충분한 경쟁이 있는지? ▲은행이 일반 기업과 같이 치열하게 혁신을 해 왔는지? ▲민생이 어려울 때 은행이 상생의지를 충분히 전달했는지? 등을 화두(話頭)로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은행권은 왜 이러한 비판들이 이어지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상생금융에 대한 은행권의 자아성찰과 함께 올해 2분기부터 서울 중심의 집값 상승세, 금리인하 기대감 등으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주요 은행들이 경각심을 가지고, 가계부채를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집값 상승세를 잡기 위해 은행권이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 등 관련 조건을 더욱 까다롭게 조정해 줄 것을 당부한 셈이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진 후 은행권에서는 답답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최근 부동산 가격 급등 해결 방안을 은행권에 전가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로 인해 사회적 비판 여론이 심해지는 게 더욱 거북하다는 의견이 새어나오고 있다.
실제로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지침에 따라 최근 두 달 사이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줄줄이 인상했고, 그럴 때마다 ‘이자장사’ 논란이 불거졌다.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이자 차이)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은행들이 추가적으로 수익을 더 내기 위해 대출 이자를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이미 온라인과 오프라인상에서는 주택 실수요자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7월과 8월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연이어 끌어올려 이자 부담이 더 커졌다는 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가계대출 관리 강화’라는 금융당국 방침에 발맞춰 대출 금리를 올린 은행들의 입장에선 이러한 기존·신규 대출 고객들의 불만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 관련 고객들에게 금리 인상 요인에 대해 일일이 금융당국의 정책이라고 설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정부가 본질적인 부동산 공급 부족 문제를 은행들에게 떠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올해 하반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면서 은행들의 입장은 더욱 곤혹스러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기준금리가 하향 조정될 경우 예·적금 금리와 대출 금리를 모두 낮춰야 하는데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압박으로 대출 금리 인하는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은행권은 높은 예대금리차로 다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이자장사’ 비판은 반복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방침을 따랐을 뿐인데 마치 ‘은행권의 탐욕’이라는 식으로 비판받는 게 솔직히 너무 싫다”며 “정부가 부동산 정책의 책임까지 은행권에 돌리는 건 너무하다”고 꼬집었다.
우리나라와 같은 자유 시장 경제 체제에서 은행은 ‘공공의 적’이 아닌 경제 활동의 엄연한 주체다.
최근 팍팍한 살림살이가 계속 되다보니 정부와 국민 모두가 은행권에 대해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측면이 있어 아쉽다.
정부는 가계대출 급증과 부동산 시장 불안정에 대한 해법을 금리 인상에서 찾을 게 아니라 적절한 수요·공급 확대, 불법 투기 처벌 강화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
물론, 은행권에서도 지난해부터 강화해온 대출이자 감면 등 상생금융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하고, 지금과 같은 경제 상황 속에서 창출한 수익은 사회에 적극 환원하려는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
“또 이자장사했네”라는 듣기 거북한 용어보다 “진심이 통했다”라는 따뜻한 말이 정부와 은행권, 그리고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날이 오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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