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전체 가계대출 증가 폭, 3년 4개월 만에 최대 기록
3년 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빚투(빚으로 투자)와 비슷한 양상 보여
주요 시중은행, 앞 다퉈 주담대·전세대출 취급 제한 나서

최근 은행권이 가게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대출금리를 올리고, 요건을 까다롭게 하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한 은행 앞에 주택담보대출 관련 현수막이 내걸려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최근 은행권이 가게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대출금리를 올리고, 요건을 까다롭게 하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한 은행 앞에 주택담보대출 관련 현수막이 내걸려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해달라는 주문에 은행권이 대출금리를 올리고, 한도를 줄이는 등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좀처럼 눈에 띄는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여전히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주택 거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두세 달 안으로는 가계대출 수요가 꺾이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왔다.

당분간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에 대한 억제 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NH농협·신한·우리·하나은행 등 5대 은행(가나다 순)의 지난달 29일 기준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 잔액은 567조 735억원을 기록했다.

7월 말(559조 7501억원)과 비교했을 때 약 7조 3234억원 증가한 규모다.

역대 월간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던 7월(+7조 5975억원)보다는 약 2000억원 적은 수준이지만, 최근 은행권이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중단, 주택담보대출 한도·만기 축소 등 각종 대출 억제 조치를 내놓은 점을 고려하면 두 달 연속 유례가 없는 급증세가 이어진 셈이다.

특히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실행(9월 1일)을 앞두고 지난달 30~31일 이른바 ‘막차’ 수요가 몰렸다면 8월 전체 5대 은행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은 8조원 안팎으로 7월 기록을 재차 경신했을 가능성도 있다.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도 29일 만에 8202억원(102조 6068억원→103조 4270억원) 증가했다.

은행권이 가계대출 증가세 억제를 목표로 주택담보대출 요건을 까다롭게 하자 신용대출이 3개월 만에 반등했다.

그 결과, 8월 전체 가계대출 증가 폭은 8조 3234억원(715조 7383억원→724조 617억원)으로 2021년 4월(+9조 2266억원) 이후 3년 4개월 만에 최대 기록을 수립했다. 

이 중 가계대출도 포함되지 않은 영업일 이틀(30~31일) 취급액까지 더해지면 9조원대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21년은 코로나19 사태로 시작된 0%대 기준금리(2020년 5월~2021년 11월·0.5∼0.75%)를 바탕으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단이 2%대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레버리지(차입) 투자가 크게 늘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빚투’(빚으로 투자) 현상이 발생했다.

은행권은 이 때 당시와 비교해 현재 가계대출·주택담보대출 증가 속도가 비슷하거나, 더 빠른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가계대출 급증세가 당장 수개월 안에 급격히 꺾이기 어렵다는 점이다.

주택담보대출은 주택 거래 시점으로부터 약 두세 달의 시차를 두고 실제 집행되는데, 주택 매매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7월 서울 지역 주택 매매(신고일 기준)는 1만 2783건으로 6월보다 41% 증가하면서 2년 11개월 만에 1만건을 돌파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2분기 가계신용’ 발표를 통해 “주택 매매가 이뤄지면 2~3개월 시차를 두고 가계대출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따라서 3분기 들어 7월에도 가계부채가 2분기 수준으로 늘고 있어 관련 기관과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은행권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달 주요 시중은행은 가계대출 금리 인상과 더불어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취급 제한 조치에 나섰다.

지난 1일 우리은행은 실수요자 중심의 가계부채 효율화를 내세워 주택 소유자에게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등을 중단하는 내용의 대책을 발표했다.

우리은행은 오는 9일부터 주택을 한 채라도 보유한 사람에 한해 서울 등 수도권에 주택을 추가로 구입하기 위한 목적의 대출을 전면 중단한다.

또 서울 등 수도권 내 전세자금대출은 전 세대원 모두 주택을 보유하지 않은 무주택자에게만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조치는 갭투자(전세 낀 주택 매입) 등 투기 수요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전세 연장 또는 8일 이전 전세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을 지급한 경우는 예외로 할 것이라는 게 우리은행 측 설명이다.

우리은행은 아파트 입주자금대출과 관련해 이주비 또는 중도금을 취급했던 사업지 위주로 운용하고, 그 외 사업지에는 제한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다.

여기에 추가로 우리은행은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최장 40년에서 30년으로 줄이기로 했다.

우리은행에 따르면 DSR 상승으로 연소득 5000만원인 차주가 연 4.5%의 금리로 대출받는 경우 대출 한도가 기존 3억7000만원에서 3억2500만원으로 약 12% 줄게 된다.

이에 앞서 KB국민은행도 오는 3일부터 전세자금대출을 임차보증금 증액 범위 안에서만 취급하기로 했다. 

KB국민은행은 투기성 자금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는 임대인 소유권 이전 등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은 당분간 중단한다.

또 지난달 29일부터 현재 최장 50년(만 34세 이하)인 주택담보대출 대출 기간을 수도권 소재 주택에 한해 30년으로 일괄 축소하고, 생활안정자금 대출의 한도를 물건별 1억원으로 낮췄다.

신한은행은 오는 3일부터 주택담보대출 최장기간을 기존 50년에서 30년으로 줄일 예정이다.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1억원으로 제한하지만, 실수요자를 위한 전세 반환자금 용도의 주택담보대출은 예외로 두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26일부터 갭투자 봉쇄를 위해 임대인(매수자) 소유권 이전, 선순위채권 말소 또는 감액, 주택 처분 등의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시행하지 않고 있다.

<세상을 보는 바른 눈 '뉴스퀘스트'>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