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준, 고용부진 등 경제 지표 고려해 4년 반 만에 통화정책 전환
물가안정·소비부진·금리 차 축소 등에 한국은행 기준금리 압박 커져
이창용 총재 “인하로 집값 상승 자극하는 실수 없어야” 신중한 태도 보여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후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5.25~5.50%에서 4.75~5.0%로 0.5%포인트 하향 조정한 후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newsquest.co.kr/news/photo/202409/231466_128313_1222.jpg)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4년 반 만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빅 컷’(기준금리 0.50%포인트 인하)을 시행한 후 다음 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한국의 안정된 물가와 부진한 내수 경기를 고려하면 기준금리를 낮춰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집값 상승과 가계대출 오름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 11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는 9월~10월 초 집값과 가계대출 진정세가 확인돼야만 통화정책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후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5.25~5.50%에서 4.75~5.0%로 0.5%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연준의 금리 인하는 코로나19 대유행 당시였던 2020년 3월 이후 처음으로 4년 반 만에 이뤄졌다.
특히 이날 공개된 새 점도표(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표시한 도표)에서 올해 말 금리 전망치 중간값도 5.10%에서 4.40%로 낮아졌다.
이는 연말까지 현재의 금리 수준(5.25~5.50%)보다 0.5%포인트 더 낮출 수도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상방 위험이 줄었지만, 실업률 상방 위험은 커졌다”며 “노동시장이 확실히 냉각됐다”고 기준금리 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으로 한국은행은 더 큰 금리 인하 압박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정부·여당을 중심으로 “이자 부담에 따른 소비 위축 등 경기를 고려해 기준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제 미국까지 빅 컷으로 통화정책 전환에 돌입한 만큼 “한국도 금리 인하로 경기 하강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한국은행은 통화정책 전환의 가장 큰 전제 조건인 물가 안정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8월 소비자물가지수(114.54)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2.0%로 2021년 3월(1.9%) 이후 3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하면서 “물가 안정 측면에서는 기준금리 인하를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도 각종 경기지표를 고려한 통화정책 전환의 필요성에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보면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내수의 핵심 부문인 민간소비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2020년 말 대비 올해 8월 말 생활물가 누적 상승률은 16.9%로 고령층이나 저소득가구 등 취약계층 구매력이 더 크게 위축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한국은행은 “가계대출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고금리 등으로 인한 원리금 상환 부담도 소비 여력 개선을 제약하는 요인”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한국은행은 향후 기준금리 인하 시기·속도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하게 고려할 요인으로도 ‘금융안정 리스크’(위험)와 ‘성장 흐름’을 지목했다.
문제는 최근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집값과 빠르게 불어나는 가계대출 탓에 금리 인하의 양대 핵심 조건 중 ‘금융 안정’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총재는 지난달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은 금융 안정을 위한 것인데 금융 안정의 중요 요인이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행이 이자율을 급하게 낮추거나, 유동성을 과잉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추가로 “한국 경제 전체로 볼 때 부동산 가격이 소득과 비교해 너무 오르면 거품이 꺼지는 걱정뿐 아니라 자원배분 측면에서도 부동산에 대출 등으로 돈이 몰렸다가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부동산 경기를 살려야 하는 이런 고리를 끊어줄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추가로 8월 사상 최대 증가 폭(+8조 2000억원)을 기록한 은행권 가계대출 급증세도 통화정책 전환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KB국민·NH농협·신한·우리·하나은행 등 5대 은행(가나다 순)의 이달 12일 기준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 잔액은 570조 8388억원으로 8월 말(568조 6616억원)보다 2조 1772억원 불었다.
상환을 고려하지 않은 5대 은행의 주택구입 개별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액은 이달 9일까지 3조 645억원으로 하루 평균 340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8월(4012억원)보다는 약 15% 적지만 7월(3861억원)이나 6월(3617억원)과 비교해 별다른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이달 들어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시작됐고, 주요 은행들이 연이어 ‘1주택자’ 주택담보대출까지 제한하고 있지만, 감소 폭은 예상보다 크지 않은 상황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주택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 신규취급액은 대부분 부동산 구입 단계상 잔금일에 나간 대출이지만, 국토부 실거래 공개시스템의 주택 거래 통계는 계약일 기준이기 때문에 시차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7월과 8월까지 수도권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계속 늘었다면 은행의 주택 구입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액 실적은 9월이나 10월, 11월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은행권의 우려대로 9월 말~10월 초 가계대출 관련 지표에 뚜렷한 감소세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한국은행은 10월에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10월에도 가계부채·부동산·환율 여건이 좋지 않을 경우 한국은행은 11월 이후로 인하 시점을 미룰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세상을 보는 바른 눈 '뉴스퀘스트'>
관련기사
- 美 기준 금리, 4년 반 만에 '빅컷' 단행…연내 0.5%P 추가 인하 가능성도 시사
- 추석 이후 부동산...강남3구‧마용성 오름세 지속, 금융규제로 거래량은 줄 듯
- 주담대 증가폭 두 달 연속 7조원 돌파…우리은행, 주택 소유자에게 전세자금대출 등 전격 중단
- 빅컷 호재에도 웃지 못한 증시…모건스탠리 쇼크에 SK하이닉스 '급락'·삼성전자 '신저가'
- 한국투자증권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10월보다 11월이 유력”
- 금융당국, ‘부동산’ 유동성 과잉 공급 억제 나선다…자금 배분 효율성 제고 목표
- 기준금리 인하 시점 늦춰지나…한국은행 “금리 낮추면 집값·가계대출 상승 우려”
- 시장금리 떨어져도 소폭 상승한 가계대출 금리…금융당국, 관리·강화 압박 영향
- 김병환 금융위원장 “가계부채 비율 안정화에 금융지주 책임감 가져야”
- 소비자물가 상승률, 3년 6개월 만에 1%대 기록…배추·무 등 채소류 가격은 ‘고공행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