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인줄만 알았던 메모리분야 중국 거센 추격
아세안3국, 美中 갈등 반사이익에 틈새시장 확대
시스템반도체·파운드리 등 고부가분야 투자 필요

 반도체 모형. [사진=픽사베이]
 반도체 모형. [사진=픽사베이]

【뉴스퀘스트=김민우 기자】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한국 반도체산업이 점점 경쟁력을 잃으며, 중국과 아세안 국가들의 맹추격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간 독보적 위치에 있던 메모리 시장에선 중국이 점유율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으며,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후공정 등 분야는 대만 TSMC에 밀려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등 아세안 국가들이 '동양의 실리콘밸리'로 부상하면서 틈새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최근 발간한 '3대 게임체인저 분야 기술수준 심층분석' 보고서에서 반도체 기초·원천, 설계 분야에서 한국은 중국, 일본, EU, 미국, 대만 가운데 최하위로  밀렸다. 

또 반도체 소자, 소재, 공정 등 기초 연구 성과를 망라한 '기초·원천 연구' 분야에서 한국은 평균값 78.8점을 기록했고, 미국 98.8점, EU(85.8점), 대만(83.3점), 일본(82.9점), 중국(81.1점) 순이었다. 고성능·저전력 반도체 설계 역량을 나타내는 '설계 기술' 분야에서도 한국은 79.4점으로 꼴찌였다.

다만 반도체 소자 및 배선 형성 등의 '공정 기술' 역량은 86.9점으로 미국(93.5점), 대만(92.4점) 다음으로 높았으며 웨이퍼 제조, 수율 향상 등의 '양산 기술'도 87.0점으로 미국(92.9점), 대만(92.4점)의 뒤를 이었다.

KISTEP은 인공지능(AI) 기술 개화에 따라 반도체 시장의 기대 이슈는 높다고 평가하면서도 국내 반도체 핵심 인력 부족, 미중 견제와 자국중심 정책 등의 요인에 따라 국내 기술 수준 하강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왼쪽부터) 삼성전자 로고와 SK하이닉스 로고[ 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삼성전자 로고와 SK하이닉스 로고[ 사진=연합뉴스]

게다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등 아세안 국가들이 후공정 분야 등 틈새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며 우리의 입지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아세안 반도체 산업의 도약'에 따르면, 이미 지난 2022년 기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3개국의 세계 반도체 수출 비중은 19.5%에 달한다.

특히 말레이시아는 반도체 수출 5위 국가이자 전 세계 조립·테스트·패키징(ATP) 공정의 13%를 도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아세안의 부상 원인에 대해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 회피 목적으로 해당 지역에 진출하려는 중국 기업이 많은 상황"이라며 "우수한 인적·물적 자원과 기업친화적인 제도로 인텔, 폭스콘, 마이크론 등 글로벌 기업들이 잇따라 진출 계획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후공정 분야에서 한국 기업은 글로벌 20대 기업(2023년 기준) 중 4곳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10위권 밖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체 후공정 시설 수도 24개로 중국(134개), 대만(111개), 아세안(95개), 북미(75개), 일본(31개)보다 현저히 적었다.

정의진 KISTEP 연구위원은 "대만이 중국과의 긴장 관계로 인한 공급망 취약성이 존재하는 만큼 파운드리 분야에서 첨단 기술력을 지속적으로 선도한다면 한국의 영향력 확대를 노려볼 수 있다"며 "다품종 고집적 소자 생산이 필요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여러 형태의 기업이 공존하는 산업 생태계 육성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허슬비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국내 반도체 인력 부족이 현실화되고 있어 아세안 지역과의 공동 인력 양성 사업은 상호 이익"이라며 "후공정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첨단 패키징 R&D를 적극 지원하고 기업, 연구기관, 대학, 정부가 연계해 관련 산업 생태계 구축에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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