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가계대출, 이달 들어 8일 만에 2조 5000억원 불어나
은행별 주택담보대출 금리 높이면서 가계부채 관리 나서
불안한 시장 환경에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시점 전망 ‘제각각’

집값 상승으로 최근 가계대출이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자 5대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으로 수요 관리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내에 설치된 주요 은행들의 현금인출기 부스. [사진=연합뉴스]
집값 상승으로 최근 가계대출이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자 5대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으로 수요 관리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내에 설치된 주요 은행들의 현금인출기 부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집값 상승으로 부동산 회복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가계대출이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자 5대 은행들이 수요 관리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 미국과 마찬가지로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됐던 한국은행이 이러한 가계대출 증가세를 고려해 구체적인 인하 시점에 대한 깊은 고민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달 16일부터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 금리를 최대 0.5%포인트 높이기로 결정했다.

신한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표 채권의 만기에 따라 0.30~0.35%포인트 상향 조정되고, 전세자금대출은 보증기관(주택금융공사·서울보증보험)과 채권 만기별로 0.20~0.35%포인트 오를 전망이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15일과 22일 은행채 3년·5년물 기준 금리를 0.05%포인트씩 높였고, 29일에도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최대 0.3%포인트 인상한 바 있다. 

이달 7일에도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3%포인트 올렸는데 이번 상향조정까지 결정되면서 최근 한 달 사이 다섯 차례 대출 금리를 끌어올렸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번 금리 인상 배경에 대해 “급격한 가계부채 증가로 대출 안정화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KB국민·NH농협·신한·우리·하나은행 등 5대 은행(가나다 순)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8일 기준 718조 2130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7월 말(715조 7383억원)과 비교했을 때 약 8일 만에 2조 4747억원 증가했다.

박민철 한국은행 시장총괄팀 차장은 “5월 이후 서울을 중심으로 늘어난 아파트 등 주택매매 거래가 시차를 두고 주택담보대출 실행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6월 서울 아파트 거래 증가세 등을 고려했을 때 당분간 가계대출 증가세가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러한 점을 면밀히 살펴가면서 금융권 가계대출 행태 등을 점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신한은행뿐 아니라 다른 은행들도 대출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세 차례(총 0.63%포인트) 높였고, NH농협은행도 지난달 24일 주택담보대출 주기형·혼합형 금리를 각각 0.2%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우리은행은 최근 한 달 사이 1%포인트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 조정을 결정했고, 하나은행은  주담대 고정금리(혼합형) 감면금리 폭을 0.2%포인트 조정하면서 사실상 대출금리 인상 효과를 거둔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달 11일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를 열고, 12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한국은행이 언제쯤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시 이창용 한국은행 총제는 “이제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기준금리 인하)할 상황은 조성됐다”고 말했다.

지난 2021년 8월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통화 긴축이 시작된 지 거의 3년 만에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 검토를 공식적으로 언급했지만, 가계부채를 비롯해 부동산, 외환시장 등 다양한 변수가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통위 한 위원은 “물가 측면에서 피벗(통화정책 전환) 위험은 상당 폭 낮아졌지만, 주택가격 상승 폭 확대에 따른 금융안정 측면의 피벗 위험은 증가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향후 물가와 주택가격의 추이를 면밀히 확인하며 금리인하 시점을 결정하되, 금리 인하가 금융시장 불안 요인을 확대하지 않도록 거시건전성 정책과 긴밀히 공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동산과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이어지다보니 전문가들도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엇갈린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9월 첫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해 연내 0.25%포인트씩 두 번 낮추고, 한국은행은 10월 한 차례 0.25%포인트 내릴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아울러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인하라기보다 높은 물가에 대응한 통화 긴축적 환경을 완화하는 목적이기 때문에 한국과 미국 모두 제한적 수준의 금리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반면에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만약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늦춰지거나, 인하 보폭이 크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나라 물가·가계부채·환율 여건이 좋지 않을 경우 한국은행이 아예 인하 시점을 내년으로 넘길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지속적으로 가계대출이 빠르게 불어나면 금리 인하 시기가 더 불확실해질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정부의 2단계 스트레스 DSR 실행(9월) 이후 가계대출 흐름이 기준금리 인하 시점 논의에서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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