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숙여 사과 SK그룹 전체 보안체계 강화" 약속
SK 수펙스협의회, 정보보호혁신위원회 구성 예정
"투자 규모, 해킹 사고 조사결과 발표 후 공개할 것"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7일 서울 중구 을지로 SK텔레콤 사옥에서 열린 SKT 사이버 침해 사고 관련 데일리 브리핑에 참석해 대국민 사과를 한뒤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SK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7일 서울 중구 을지로 SK텔레콤 사옥에서 열린 SKT 사이버 침해 사고 관련 데일리 브리핑에 참석해 대국민 사과를 한뒤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SK그룹]

【뉴스퀘스트=황재희 기자】SK텔레콤(SKT)의 해킹으로 인한 고객 유심정보 유출 사태가 SK그룹 전체의 보안 체계 재정비로 이어질 전망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번 SKT 해킹 사고를 보안 문제가 아니라 국가 안보와 관련된 국방 문제로 보고 그룹 전체의 보안 시스템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약속했다. SK그룹은 통신 뿐 아니라 반도체, 에너지 등 국가기간 산업 전반을 다루고 있는 만큼 보안 사고 발생시 그 피해가 국가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깊이 우려해 대책 마련에 서두르는 것으로 풀이된다. 

7일 오전 서울 중구 SKT 사옥 4층 수펙스홀에서 열린 일일브리핑에서 최 회장은 이번 해킹 사고와 관련해 진행중인 정부 조사 협력, 조속한 고객 유심 교체 지원과 별도로 보안 시스템 강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SKT 전산망 해킹 사고 발생 후 약 19일만에 공식 석상에 섰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약 2300만명 SKT 고객들의 유심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하며 가입자 이탈 사태에 이어 정부 등 관계당국의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직접 대국민 사과를 통해 사태 해결에 나선 것이다. 

이날 최 회장은 "SK 전 그룹사를 대상으로 보안체계 전반을 점검하고 보안 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며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정보보호혁신위원회를 구성해 객관적이고 중립적 시각에서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SKT 해킹 사고와 관련해 민관 합동 조사단이 정확한 피해 규모와 사고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 아직 구체적인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사태의 중대성을 인식해 그룹 차원에서 책임지고 SKT 뿐 아니라 전 계열사의 보안 강화를 위해 만전을 기하겠다는 각오다.

최 회장은 "이번 사건은 단순히 보안 문제가 아니라 국방(문제)라고 생각해야 할 상황"이라며 "국방 상황을 짜고 안보 체계를 제대로 세우는게 중요한 상황이고 생명을 다룬다는 생각으로 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최 회장의 대국민 사과 이후 SKT 경영진들도 현장에 참석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며 이번 해킹 사고는 단순 기업 정보 유출이 아니라 국가 안보와 관련된 SK그룹 차원의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장에 참석한 김희섭 SKT PR센터장은 "저희 SK텔레콤은 국가기간통신사이고 SK하이닉스도 국가 전략 물자인 반도체를 다루고 있다"라며 "(이번 해킹은) 단순 기업 정보 유출보다는 기업 생존을 위협하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센터장은 "국가 인프라에 영향 주지 않도록 위원회를 설치해 고객분들이 안심하는 한편 국가산업발전에 기여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7일 오전 서울 중구 SK텔레콤 사옥 4층 수펙스홀에서 열린 유심 해킹 사고 관련 일일브리핑에서 SKT 경영진들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희섭 PR 센터장과 임봉호 MNO사업부장, 류정환 네트워크인프라센터장. [사진=황재희 기자]
7일 오전 서울 중구 SK텔레콤 사옥 4층 수펙스홀에서 열린 유심 해킹 사고 관련 일일브리핑에서 SKT 경영진들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희섭 PR 센터장과 임봉호 MNO사업부장, 류정환 네트워크인프라센터장. [사진=황재희 기자]

이날 SKT 경영진은 구체적인 보안 투자 규모와 관련해선 즉답을 하지 않았다. 정확한 투자 규모는 진행 중인 사건 조사 결과가 발표된 뒤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SK그룹 차원의 보안 강화 대책 마련은 특정 기업이 주도하지 않고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맡게 된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SK그룹 경영의 공식적인 최고 협의기구다. 최 회장이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각에서 보안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언한 만큼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별도의 위원회를 설립해 운영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SKT 경영진들은 가입자 이탈, 대리점 피해, 주가 하락 등의 문제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최우선 순위는 고객 불안 해소 등 유심 사태 해결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유심 교체 고객들을 위해 SKT는 현재 신규 가입자 신청도 중단한 상태다. 이에 따른 대리점 매출 축소 등 피해 가능성과 관련해선 "이번 사태를 빨리 수습하고 대리점도 케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피해를 줄일 것"이라며 "유심 부족 시기에 유심을 신규영업 하는데 사용하기 보다는 유심 교체에 집중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규 가입자 재개 시점에 대해선 "유심보호서비스가 전체적으로 다 가입되고 이심 셀프 개선, 유심 재고 확보 등이 되면 종합 검토해 신규가입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가입 해지 위약금 문제와 관련해서 김 센터장은 "영업 현장 문제, 고객간 차별 문제, 재무적인 임팩트 등을 종합 검토하느라 시간이 걸리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임봉호 MNO사업부장은 이날 "장기 가입자 혜택보다는 유심 유출에 따른 고객 불편을 빨리 해소하고 사태 수습이 우선이다보니 여기에 총력을 기울고 있다"면서 "(장기 가입자) 혜택이나 프로그램은 추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류정환 네트워크인프라센터장은 "유심보호서비스 가입만으로 안전하다"고 말하며 지속적인 기술 고도화를 통해 추가 피해를 예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불법 유심을 통해 통신망 인증을 받으려는 이상 시도에 대해서는 FDS시스템에서 1차 차단하고 있으며 유심보호서비스를 통해 2차 차단을 시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심보호서비스와 로밍 서비스 동시 이용 가능 시점에 대해 류 센터장은 "현재 두 서비스는 동시 이용이 어렵지만 해외 이용자는 통신망 내 FDS시스템을 통해 불법 유심 차단 등 1차적인 보호를 받고 있다"면서 "이달 14일경부터 두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 중"이라고 밝혔다.

유심 교체를 원하는 고객들을 위한 물량은 다음주중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임 부장은 "유심 교체는 800만명이 예약한 상태로 유심 물량을 확보하는대로 순차 개통시키겠다"며 "다음주쯤 되면 유심이 많이 들어와 풀릴 예정이고 이외에 유심포맷 서비스, 기술 고도화를 통해 국민들을 안심시키겠다"고 말했다.

한편 유영상 SKT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했으나 발언은 하지 않았다. 대신 8일 예정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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