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20日 출범...관세 압박 등 통상 환경 변화 '속도'
대중(對中) 제재 강화로 반도체·자동차부품 반사 이익 가능성
IRA 축소·폐지 시 배터리·전기차 산업 타격 불가피
전문가 “위기와 기회 공존...전략적 협상 및 정부 지원 필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뉴스퀘스트=황재희·김민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20일 출범하면서 국내 산업계가 전략 마련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반도체·자동차·배터리 등 주요 분야에 관세 압박이 현실화되는 등 국내 기업에게 험로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서다.

다만 산업별 전망은 다소 차이가 있다. 미국의 대중(對中) 제재 정책이 강화되면 공급망 재편으로 인해 국내  반도체 기업이나 자동차부품 업계는 반사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생긴다.

반면 전기차 세제 혜택 축소 등 트럼프의 친환경 정책 후퇴로 배터리 업계나 전기차 산업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시장은 예측하고 있다.

불확실성이 커진 트럼프 2.0 시대를 맞이해 전문가들은 달라질 통상 정책에 따른 경영 시나리오를 마련해 적기 대응하는 한편 치밀하고 전략적인 협상과 거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 차원에서도 국내 기업들이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를 지속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세제 혜택 등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 '관세 인상' 가능성...대미 수출 의존도 높은 반도체·자동차· 배터리 '긴장'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라 국내 수출의 핵심인 반도체·자동차·배터리 산업을 담당하는 주요 기업들도 달라질 통상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 를 강조해온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꺼내 들 주요 통상 카드로는 관세 인상과 공급망 제재 등이 거론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품목과 국가에 관계없이 전 세계 수입품을 대상으로 10~20% 수준의 보편관세를 적용해 무역적자를 해소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산업연구원이 이달 발표한 '트럼프 보편관세의 효과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그간 미국이 부과한 산업별 관세는 중국(20%대)을 제외하고 0~5% 수준으로 낮은 수준인데다 미국과 FTA를 체결한 한국의 경우 0% 대 수준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이에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자동차·배터리 분야 국내 기업은 관세 적용으로 대미 흑자가 감소할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로 트럼프 1기 행정부(2017~2021년) 동안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2012년 이후 최저 수준인 165억달러(약 24조817억원)를 기록한 바 있다. 앞서 트럼프 1기 집권 이전인 2012~2016년 동안 한국의 무역수지 흑자가 연평균 220억달러(약 32조1090억원)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25% 가량 줄어든 것이다.

◇ 삼성·SK, 대규모 투자 실행...美 첨단 반도체 핵심 파트너 '기회'

반도체 산업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전 정부의 칩스법(반도체 지원법)을 그대로 집행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와 함께 미국이 최첨단 기술 패권을 주도하기 위한 대중국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되며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무엇보다 '미국 우선주의' 기조가 강화돼 해외 기업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 시절 관세를 높여 기업들이 (미국) 현지에 공장을 건설하도록 강조한 상황에서 적절한 대응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은 HBM(고대역폭메모리)등 첨단 AI(인공지능)반도체 수출 금지 대상 기업 리스트를 운용하고, 최첨단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산 제품에 6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전망이다.

중국으로의 반도체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해 대만 TSMC와 삼성전자가 14나노 혹은 16나노 이하의 모든 칩을 수출할 때 실사를 강화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삼성전자]
[사진=삼성전자]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현지 투자 계획 실행에 속도를 내면서 고용 창출 등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기조에 대응해 사업 확대 기회를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2028년까지 38억7000만달러(약 5조6000억원)를 투자해 HBM 패키징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2030년까지 370억달러(약 54조원)를 투자해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과 패키징 시설, 첨단 연구개발(R&D)시설을 짓는다.

양 사는 대규모 현지 투자 대가로 미국 칩스법(반도체지원법)에 의거해 SK하이닉스는 최대 4억5800만달러(약 6634억원), 삼성전자는 최대 47억4500만달러(약 6조8778억원)의 보조금을 지급받기로 바이든 행정부와 협의도 마쳤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은 해외 반도체 기업이 미국에 생산시설을 투자할 때 보조금을 주는 칩스법에 비판적이었다.

이에 보조금 지급을 확정받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 투자 규모를 더 확대하라고 하거나 미국측에 유리한 조항 추가를 제시하는 시나리오도 예상해볼 수 있다.

때문에 양 사는 미국과의 향후 협상에서 반도체 공급망 확대 등 미국의 첨단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하는데 협력하고 있다는 점을 적극 강조할 필요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최첨단 반도체 생산시설과 연구소를 국내가 아닌 미국에 건설하는 만큼 대규모 투자에 대한 실익을 챙겨야 함은 물론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미국을 생산 전진기지로 삼은 국내 기업 입장에선 투자의 최대 목표는 보조금을 지급받는 게 아니라 미국 빅테크 수주를 받는 것”이라며 “투자를 발판 삼아 현지 네트워크를 확대하며 첨단 반도체 생산 핵심 파트너임을 부각시키고 수주 기회로 연결 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 대미 의존도 높은 자동차 업계, 전기차 수요 둔화 대응책 마련 '분주'

국내 수출의 절반 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은 대미 의존도가 특히 높아 치밀하고 전략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앞서 현대자동차그룹이 트럼프 당선인 취임식 행사에 100만달러(약14억7000만원)의 기부금을 보낸 것 또한 새 행정부와의 우호적 관계의 중요성을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당장 우려되는 분야는 관세 인상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그간 무관세를 적용 받아온 국내 자동차 업계에 보편적 무역관세 정책을 현실화할 경우 미국에서 국내 차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켜 수출 물량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전기차 수요 둔화도우려되는 부분이다. 현재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소비자가 전기차를 구매할 경우 차량 당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트럼프는 전기차 보조금에 대해 지속 비판해 왔던 만큼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을 축소하거나 폐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친환경 규제 완화 정책에 따라 전기차로의 전환이 상당 기간 늦춰질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수출이나 판매 전략을 하이브리드차로 다각화한다면 큰 타격이 미치진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가운데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국산 부품 수입 제재를 강화할 경우 국내 자동차 부품의 수출이 증대되는 등 기회 요인도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전기차 전환이 지연되면서 전세계 자동차 판매 순위 1위를 기록 중인 토요타 등 일본업체들에 더 유리한 시장환경이 조성돼  국내 전기차의 기술력 강화와 함께 전략적인 판매 대응책 마련이 중요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우호적인 관계 구축 및 유연한 생산으로 적극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미국 현지에서 하이브리드용 엔진을 직접 생산하며 트럼프의 전기차 지원 감축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해 말 시험가동을 시작한 현대차그룹 미국 신공장(HMGMA)은 당초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추진했으나 하이브리드 차량 혼용생산으로 방향을 틀기도 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달라질 자동차 정책에 온전히 대응하기는 분명 한계가 있다"며 "추가 관세 부과 등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통상외교 노력과 함께 우리 정부의 투자 지원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타격 불가피한 K-배터리...투자 속도 조절 및 정부 적극적 지원 나서야

배터리 산업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친환경 규제 완화 정책이 현실화되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SK온 전기차 배터리 생산설비 [사진=SK온]
SK온 전기차 배터리 생산설비 [사진=SK온]

글로벌 전기차 산업의 성장이 둔화되는 가운데 바이든 정부가 추진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까지 폐지될 경우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국내 배터리 업계는 수익성이 감소할 수 밖에 없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북미에서 조지아 현대차 합작사(JV), 온타리오 스텔란티스 합작사, 오하이오 한다 합작사 등에 배터리 생산을 시작했다. 삼성SDI도 미국 인디애나 스텔란티스 합작사와 조기 가동에 들어갔으며 SK온도 포드 합작사(블루오벌SK)와 현대차 합작사와 공동으로 배터리 양산을 연내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미국 현지에서 배터리를 생산할 경우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는 AMPC(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 조항은 축소되거나 폐지될 가능성이 큰 데, 이 경우 당장 국내 배터리 기업의 실적 악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대외협력실장은 "현재 한국 배터리 기업이 북미 지역에서 총 12개의 프로젝트에 500억달러(약 73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진행 중인데 AMPC가 폐지되거나 줄어들 경우 미래 성장 잠재력이 크게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 역시 "AMPC 축소 등 정부 인센티브가 약화될 경우 이차전지 업체의 수익성 감소가 불가피하다"며 "전방 수요 추이를 고려한 유동적인 CAPA(생산능력) 확장 속도 조절이 필요하고 비용 절감 정책 등 수익성 방어 강화 노력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국내 주요 배터리 업체들도 생산 능력 조정 및 LFP(리튬·인산·철)과 ESS(에너지저장장치) 등의 포트폴리오 강화로 발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아울러 삼원계 위주의 배터리 판매에서 벗어나 중저가 LFP 제품에도 적극 나서며 포트폴리오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부터 5년간 르노에 39GWh(기가와트시) 규모의 LFP 배터리를 공급한다. 삼성SDI는 원통형 배터리보다 에너지 용량, 출력이 대폭 향상된 46파이 배터리 양산에 집중하고 있다. SK온도 각형 배터리 개발을 마치고 고객사들과 양산 시기 등을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업계에 대한 우리 정부 차원의 적극적 지원 역시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황 실장은 “배터리 업계를 위한 우리 정부 차원의 대응과 기업 지원 확대가 긴요한 상황"이라며 "IRA 이후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가 미국 지역경제에 얼마나 많이 기여했는지를 강조할 필요가 있고 IRA 폐지 또는 축소가 중국의 배터리 공급망 장악력을 높이는 역효과를 야기할 수 있음을 강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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