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2위...12~14%대 수준
1위 대만 'TSMC'와 격차 좁히기 고착화...2년째 45%p 이상 차이
후발주자 美·中 파운드리 기업...정부의 전폭 지원으로 추격 나서
'샌드위치' 위기 속 삼성전자, 3나노부터 GAA 공정으로 반등 노려
美 AMD, 日 PFN 등 주요 AI 반도체 기업 수주 소식 나오기도

삼성전자는 글로벌 파운드리 사업에서 시장 점유율 2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1위와의 격차 좁히기가 어려워지고, 후발주자들의 추격이 이뤄지면서 '샌드위치 위기'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연합뉴스 제공=뉴스퀘스트]
삼성전자는 글로벌 파운드리 사업에서 시장 점유율 2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1위와의 격차 좁히기가 어려워지고, 후발주자들의 추격이 이뤄지면서 '샌드위치 위기'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연합뉴스 제공=뉴스퀘스트]

【뉴스퀘스트=김민우 기자】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이 '샌드위치 위기'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인 대만의 TSMC와 격차 좁히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미국과 중국 정부의 지원 확대를 통해 인텔(미국)과 SMIC(중국) 등이 시장 확보에 나서고 있어서다. 특히 인텔은 공공연히 삼성전자의 2위 자리 탈환을 언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초격차 기술'인 GAA(게이트 올 어라운드) 공정을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한다는 방침이다. 더욱 치열해질 파운드리 주도권 경쟁은 엔비디아, AMD, 구글 등 주요 빅테크 기업에 대한 물량 수주로 판가름날 전망이다.

◇'난공불락 1위' TSMC, 2년 연속 점유율 56% 이상...삼성전자는 12~14% 유지

올해 1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그래프. TSMC가 62%, 삼성전자가 13%를 차지했다. [카운터포인트 제공=뉴스퀘스트]
올해 1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그래프. TSMC가 62%, 삼성전자가 13%를 차지했다. [카운터포인트 제공=뉴스퀘스트]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1위 TSMC와 2위 삼성전자 간의 점유율 격차는 2년 넘게 45%포인트(p) 차이가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는 올 1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에서 TSMC가 62%, 삼성전자가 13%, SMIC와 UMC가 각각 6%, 글로벌 파운드리 5%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지난 분기보다 삼성전자는 1%p 감소한 반면, TSMC는 1%p 증가했다.

지난 2022년 2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의 추이를 살펴보면 삼성전자와 TSMC의 격차는 고착 상태에 빠져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TSMC는 해당 기간 56% 미만으로 점유율이 떨어진 적이 없다. 2022년 2분기가 최저(56%)였으며, 이번 1분기에 62%로 최대 점유율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역시 같은 기간 12~14%의 점유율을 유지해오고 있다.

파운드리(Foundry)란?

파운드리는 반도체 설계·개발 기능 없이 제조만 담당하는 회사를 말한다.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완성된 칩을 생산해 파는 것은 아니며 고객사가 설계한 대로 실리콘 웨이버를 특정 공정으로 처리해 이를 통째로 납품한다.

반도체 설계·개발·판매만 하고 제조는 외주에 맡기는 팹리스(Fabless) 업체와는 정반대의 역할을 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대만 TSMC의 지난해 4분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점유율은 58.5%로 업계 1위, 삼성전자는 15.8%로 2위를 차지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대만 TSMC의 지난해 4분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점유율은 58.5%로 업계 1위, 삼성전자는 15.8%로 2위를 차지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전문가들은 TSMC가 주도권을 확고하게 잡고 있는 배경으로 ▲엔비디아의 대규모 수주 확보 ▲다른 기업 대비 압도적인 생산능력 등을 꼽고 있다.

실제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칩시장 점유율을 90% 이상 차지한 가운데, TSMC는 해당 칩을 전량 생산해오고 있다.

대만 IT(정보통신) 전문지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TSMC에 앞으로 3년간 판매할 AI 반도체 위탁생산 주문을 맡긴 것으로 파악된다.

아울러 구글, AMD,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반도체 생산도 맡고 있어 파운드리 부문에선 TSMC가 '난공불락 1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급증하는 AI 수요에 대응해 단기간 내 생산능력을 확대할 수 것도 고객사엔 플러스 포인트다. 실제 TSMC는 지난 2020년부터 매년 각각 6개, 7개, 3개, 4개의 공장을 건설해왔다. 올해에는 국내외 7개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공사기간마저도 빠르게 단축했다. 지난 2022년 준공에 들어간 일본 구마모토 1공장은 당초 2027년 완공보다 4년을 앞당겨 지난해 12월에 완공했다.

현재 건설 중인 2공장도 일본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준공 시기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TSMC는 엔비디아를 비롯해 주요 빅테크 기업의 물량을 수주하고, 이를 생산능력 확대에 투자하며 '수주-생산-증설'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고 있다"라며 "다른 파운드리 기업들이 (TSMC와)격차를 좁히기가 쉽진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나노 공정이란?

나노는 난쟁이를 뜻하는 그리스어 '나노스(Nanos)'에서 유래했다. '나노미터(nm)'는 10억분의 1미터(m) 크기를 나타내는데 쓰인다.

보통 머리카락 두께가 100만분의 1미터(1마이크로미터)인데, 이 머리카락 두께의 10만분의 1크기가 나노미터에 해당한다.

현재 파운드리 공정 기술은 한 자릿수 나노미터(nm)까지 진입했다. 이 숫자가 작아질수록 동일 면적의 웨이퍼(반도체 원재료) 안에 더 많은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나노 공정은 파운드리 경쟁에서 핵심 기술로 평가받는다.

◇후발주자 美 인텔, 中 SMIC의 추격 공세...선단공정 양산경험 부족은 여전

중국 최대 파운드리업체 SMIC는 올 1분기 처음으로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3위를 기록했다. [사진=EPA/연합뉴스]
중국 최대 파운드리업체 SMIC는 올 1분기 처음으로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3위를 기록했다. [사진=EPA/연합뉴스]

후발주자인 美·中 파운드리 기업들의 점유율 추격도 거세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 기업 SMIC는 지난해 4분기까지 글로벌 점유율 5위를 기록해오다 올 1분기 처음으로 점유율 6%를 차지하며 3위에 올랐다.

지난해부터 양산에 성공한 7나노 미세공정 파운드리 매출 호조가 점유율 상승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SMIC는 이를 활용해 화웨이의 하이실리콘 기린 9000S 프로세서 대량 생산을 시작했다. 카운터포인트는 SMIC가 올해 10%대 성장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2030년까지 삼성전자를 추월하겠다고 공언한 인텔 역시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보조금 지원 아래 생산력 확대에 나서는 중이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 3월 85억달러(약 11조원) 규모의 반도체 보조금을 포함해 총 200억달러(약 27조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의 반도체법의 자금지원 계획 가운데서도 최대 규모다. 해당 자금은 애리조나, 오하이오 등 총 4곳에 있는 인텔의 반도체 공장 건설 및 확장에 쓰일 예정이다. 

지난해 9월 9일(현지시간) 인텔의 오하이오주 신규 반도체공장 기공식에 참석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모습. 인텔은 오하이오주에 200억 달러를 투입해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사진=AFP/연합뉴스]
지난해 9월 9일(현지시간) 인텔의 오하이오주 신규 반도체공장 기공식에 참석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모습. 인텔은 오하이오주에 200억 달러를 투입해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사진=AFP/연합뉴스]

인텔이 지난 2월 공개한 내부 물량을 제외한 외부 파운드리 수주 잔고는 150억 달러(약 20조3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100억 달러 대비 50% 증가한 수준이다.

또 올해 양산에 들어가는 1.8나노미터급 공정을 이용하는 고객사 수가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6개로 늘어났다고 공식화하기도 했다.

다만 미·중 기업들의 빠른 성장세와 대대적인 투자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삼성전자의 점유율을 추월하기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1분기 점유율 3위를 기록한 SMIC의 경우에는 고객사 기반이 대부분 중국에 한정돼 있고 화웨이를 제외하면 7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위탁생산 고객사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이 꼽힌다.

미국 CNBC는 "삼성전자와 TSMC가 2018년부터 7나노 파운드리 상용화에 성공했는데, SMIC는 6년 뒤에야 적용에 나서고 있다"며 "기술력이 6년 가까이 뒤처지고 있는 SMIC가 첨단 반도체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텔은 파운드리 부문에서 2030년까지 삼성전자를 추월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선단공정 양산경험 부족은 큰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인텔은 파운드리 부문에서 2030년까지 삼성전자를 추월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선단공정 양산경험 부족은 큰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인텔도 선단공정 양산경험 부족과 지속적인 사업 적자 해결이 시급하다. 인텔은 지난해 상반기에 들어서야 7나노급 인텔4를 내놓았다. 같은 시기 삼성전자와 TSMC는 3나노 1세대급 공정에 나서고 있었다. 

인텔은 3나노 공정을 건너뛰고 곧바로 2나노 이하의 공정으로 나아간다는 전략인데 삼성전자와 TSMC가 그간 쌓아온 수율 개선 및 기술력을 따라잡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 가운데 영업손실은 매년 커지고 있다. 인텔의 파운드리 영업손실은 지난 2021년 51억 달러(약 6조9000억원)에서 2022년 52억 달러(약 7조원), 지난해 70억 달러(약 9조5000억원)까지 증가했다. 올 1분기에는 25억 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GAA 공정으로 반등 노려...엔비디아 등 주요 빅테크 기업의 수주 절실

3나노 파운드리 양산에 참여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사업부, 반도체연구소, 글로벌 제조 및 인프라 총괄 관계자들이 손가락으로 '3'을 표하며 3나노 파운드리 양산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3나노 파운드리 양산에 참여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사업부, 반도체연구소, 글로벌 제조 및 인프라 총괄 관계자들이 손가락으로 '3'을 표하며 3나노 파운드리 양산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GAA(게이트 올 어라운드) 공정을 바탕으로 3나노 이하 초미세공정 기술에서 우위를 확보해 반등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가 최초로 개발한 GAA 공정은 전류의 스위치 역할을 하는 게이트의 4면을 감싸는 기술을 말한다. 기존 3면만을 감싸는 핀펫 공정보다 전류 흐름을 더욱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하반기부터 GAA 3나노 양산에 나서며 이후 초미세 공정에서 GAA 공정을 적극 도입해나가고 있다.

실제 2나노 공정에 GAA 기술을 적용할 경우 핀펫 공정 대비 성능을 35% 이상 높이고 소비전력은 50% 가량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로직 면적도 45%까지 줄일 수 있어 단가 경쟁력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 시스템 반도체 기업 AMD의 리사 수 CEO는 ITF World 2024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3나노 GAA 공정에서 신형 반도체를 양산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3나노 공정에서 GAA 기술을 도입한 곳은 삼성전자가 유일한 만큼, 해당 발언은 사실상 AMD가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새 반도체를 양산하겠다고 밝힌 것과 다름 없다는 해석이다. 

삼성전자가 IP분야 파트너들과 협력을 강화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선두 경쟁을 위한 초석을 마련했다. 삼성전자 평택 2라인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IP분야 파트너들과 협력을 강화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선두 경쟁을 위한 초석을 마련했다. 삼성전자 평택 2라인 전경. [사진=삼성전자]

앞서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는 일본 최대 AI 반도체 스타트업 'PFN'의 2나노 공정 기반 AI 가속기칩 수주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GAA 공정과 함께 삼성전자는 ▲고객사 다변화 ▲선제적 연구개발(R&D) 투자 ▲과감한 국내외 시설투자를 통해 1위 TSMC와의 점유율 격차를 좁혀나간다는 계획이다.

박상욱 신영증권 연구원은 “3나노, 2나노로 기술이 발전하는 절대적 시간이 길어질수록 후발주자가 앞 공정에서 따라잡을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삼성전자가 다시 한번 파운드리 시장에서 견고한 입지를 다질 시점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초격차 기술 개발과 함께 엔비디아와 같은 물량 수주가 큰 고객사와의 공급망 구축이 필요하다"며 "최근 TSMC가 지진이나 지정학적 불안정성 등으로 대만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삼성전자가 격차 좁힐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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