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해외 반도체 기업 투자 지원하는 '칩스법' 비판적
대만 TSMC "미국의 반도체 지원 기조 지속될 듯" 전망
삼성·SK, 앞서 보조금 지급 확정....투자 속도 낼 시기
전문가 "불확실성 있지만 미국도 협력 가능성 높아"
![삼성전자 미 오스틴 공장. 삼성전자의 미국 내 첫 번째 파운드리 시설이다. [사진=삼성전자]](https://cdn.newsquest.co.kr/news/photo/202501/238397_136564_1543.jpg)
【뉴스퀘스트=황재희 기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본격 출범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가 계획대로 미국 현지 투자에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앞서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 TSMC가 이미 보조금 일부를 지원 받아 투자를 차질없이 진행 중에 있고 앞으로도 미국 정부의 자금 지원이 계속될거라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변수는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기업이 미국내 반도체 투자 시 보조금을 지원하는 바이든 정부의 '칩스법'에 비판적인 기조를 이어왔다.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을 가져오는 투자는 환영하지만 이를 위해 미국 행정부가 지원금을 댈 필요까지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메모리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이 높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가 조 단위 투자를 통해 미국 현지에 최첨단 생산기지를 건설, 미국의 반도체 패권을 강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역시 국내 기업과 협력 관계를 이어갈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대만 TSMC는 바이든 행정부에 이어 이번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반도체 투자 지원 기조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관측하며 투자 계획을 이행중에 있다.
웬델 황 TSMC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9일(현지시간) 공개된 CNBC와의 방송 인터뷰에서 "제조 공장이 건설과 생산의 이정표를 지났다"고 말하며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 지급은 계속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미 TSMC는 지난해 4분기 미국 행정부가 약속한 반도체 투자 지원금 66억달러(약9조5726억원) 중 15억달러를 받은 상태다.
TSMC는총 650억달러(약94조3210억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생산 공장 3곳을 건설중이다.
지난해 4분기 미국 애리조나 1공장에서 4나노(나노미터 ·10억분의1m)칩을 생산해 미국 빅테크에 공급하고 있으며 나머지 2개 공장도 2028년 안에 가동한다는 목표다.
TSMC가 트럼프 출범에도 미국 투자 계획을 변동없이 이어갈 것임을 밝히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미국 반도체 생산 기지 투자를 본격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SK하이닉스는 4억5800만달러(약 6600억원)의 보조금과 최대 5억달러(약 7200억원)의 대출 지원을 미 상무부로부터 확정받았다.
SK하이닉스는 오는 2028년을 목표로 미국 인디애나주에 AI 반도체인 HBM(고대역폭메모리)등 어드밴스드 패키징 공장을 짓는데 총 38억7000만달러(약 5조2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47억4500만달러(6조90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받는다. 2030년까지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과 첨단 반도체 연구개발(R&D)센터를 짓는데 총 450달러(약64조5200억원)를 투자하는 조건으로 받는 지원금이다.
양 사 모두 트럼프 2기 출범 전 바이든 정부에서 보조금 지급 규모를 확정 받은 상태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계획대로 보조금 지급을 차질없이 이행하게 되면 현지 투자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반도체 시설 투자를 목표한대로 추진할 경우 AI(인공지능) 반도체 주요 고객인 미국 빅테크의 수주를 늘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의 부진으로 인해 미국 빅테크 등 대형 고객의 수주가 더 절실해진 상황이다. 경쟁사인 TSMC가 이미 미국 파운드리 공장에서 생산한 칩을 엔비디아, 애플 등에 공급하고 있는 만큼 투자에 속도를 낼 필요성이 커졌다.
투자 계획에 변동이 생길 가능성은 물론 있다. 트럼프가 가진 불확실성 탓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칩스법에 비판적이었던 만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국내 반도체 기업에게 투자를 더 확대하라고 압박하거나 자국 기업에게 유리하고, 한국 기업에게 불리한 조항을 추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기존 보조금 지급 계획을 번복할 가능성은 낫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오히려 미국 역시도 국내 반도체 기업의 최첨단 생산기지와 기술력을 통해 AI반도체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는 데다 대규모 투자로 미국 현지 일자리 창출을 통해 내수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만큼 투자에 대해 적극 협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관세 부과 등을 앞세우는 트럼프가 바이든 행정부 때 보다는 국내 반도체 기업에게 압박을 주는 등 불확실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트럼프는 미국 국익을 강조하고 있는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미국내 반도체 생산라인을 확대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반도체 기업과 협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더 크다"라고 말했다.
<세상을 보는 바른 눈 '뉴스퀘스트'>
관련기사
- [트럼프 2.0 시대] '美 우선주의' 강화...韓 반도체·자동차·배터리 '촉각', "치밀한 대응 전략 필요"
- '트럼프 스톰이 몰려온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정부·재계, 정치권 대응책 마련 부심
- 트럼프의 중국 정부 견제에 ‘K-배터리’ 투자 매력 급부상…2차전지주 강세 전환
- 트럼프 측근 이어 美 공화당 원로도 "고려아연 사태, 한미 양국 공동 노력 훼손 우려"
- 김범석 쿠팡 의장도 트럼프 취임식·무도회 참석한다…한미 경제협력 역할 기대
- HBM 날개 단 SK하이닉스, 지난해 영업익 23조4673억원 '역대 최대'
- SK하이닉스, 4분기 영업익 8조828억원...'6조원대' 삼성전자 넘었다
- SK하이닉스, "올해 HBM 매출, 전년 比 100% 이상 성장 예상"
- 트럼프의 '스타게이트' 삼성·SK 등 수혜 기대…이재용·최태원의 빨라진 발걸음
- 美, 반도체법 보조금 재협상에 삼성·SK '긴장' ...현지 투자 계획 조정 불가피
- 삼성전자·TSMC, 美 파운드리 투자 상반된 행보...수율·고객 확보 '격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