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미국 투자 규모 1650억 달러로 공격적 확대
향후 美 빅테크 수주 독식할 듯...삼성 파운드리에 악재
삼성, 테일러 팹 투자 2026년으로 연기...투자도 소극적
"파운드리 고객 확보 어려움 커...가장 큰 문제는 수율"

삼성전자 미 텍사스 파운드리 공장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미 텍사스 파운드리 공장 [사진=삼성전자]

【뉴스퀘스트=황재희 기자】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시장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TSMC와 격차를 좁히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수율 문제부터 투자 전략에 이르기까지 TSMC를 넘어설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어서다.

양사의 시장점유율 격차는 지난해 4분기 기준 약 59%p(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문제는 앞으로 수년간 이같은 판도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생산시설 투자에서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고객 확보 어려움으로 쉽사리 투자 확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TSMC는 최근 1000억달러(약 144조) 규모의 대미 신규 투자 계획을 밝히는 등 생산 능력 면에서 삼성을 앞지르고 있는 상황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최근 미국 투자 규모를 1650억 달러(약 241조원)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TSMC가 바이든 정부 당시 발표한 650억 달러 투자에 이어 최근 1000억 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1000억 달러는 TSMC가 역대 미국에 투자한 금액 중 가장 큰 규모다. 

TSMC는 이미 미국 애리조나에 파운드리 공장 세 곳을 가지고 있다. 두 곳의 공장은 건설이 다 완료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TSMC가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한 건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를 조건으로 내건 압박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TSMC 입장에서도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TSMC의 주요 고객사는 AI(인공지능)가속기를 만드는 엔비디아를 비롯해 AMD, 애플, 퀄컴, AWS 등 미국 빅테크가 다수다. 파운드리 주요 고객사가 위치한 미국에 공장을 설립하는 게 중장기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같은 파운드리 사업을 하는 삼성전자는 상황이 반대다. 삼성 파운드리 사업부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 생산법인(SAS)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더해 미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대가로 인근 테일러 시에 최선단 공정 중심의 파운드리 1, 2공장과 첨단 패키징 공장, 연구개발(R&D)센터를 짓기로 했다.

다만 지난해 말 첨단 패키징 공장 건설은 시장 상황등을 고려해 보류한 상태다.가동시기도 2024년에서 2026년으로 연기하는 등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TSMC가 이미 애리조나에 위치한 피닉스 1공장(P1)에서 올초 4나노(나노미터·10억분의 1m)  제품양산에 들어가고 2027년 가동예정인 2공장(P2)과 2030년 예정인 3공장(P3)에서 최선단 공정 양산을 도입하는 등 구체화하는 것과는 대조되는 행보다.

양사의 투자 상황이 차이나는 가장 큰 이유는 고객 확보에 있다. 미 빅테크 물량 수주에 어려움을 겪는 삼성전자와 달리 TSMC는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애플의 모바일AP(앱프로세서) 물량을 독점 생산하는 등 AI 반도체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파운드리 시설 투자를 위해선 결국 고객 물량 수주가 가장 중요한데 삼성전자는 수율 확보에서 어려움을 겪다보니 고객 확보도 쉽지 않은 것으로 안다"라며 "TSMC와 달리 생산 캐파 증설을 과감히 결정하지 못하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양사의 파운드리 사업 규모의 차이는 최근 시장점유율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9.3%에서 4분기 8.2%로 줄어든 반면 TSMC는 같은 기간 64.9% 에서 67.1% 로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을 TSMC가 뺏어간 셈이다. 양사의 점유율 격차는 58.9% 포인트까지 커졌다.

삼성 파운드리는 올해  2나노 선단 공정 양산과 생산량 확대를  핵심 과제로 꼽고 수율 확보 등 경쟁력 회복에 나서고 있다.  다만 일부 파운드리 인력을 차출해 메모리로 전환 배치하는 등 파운드리에만 전력을 쏟을 수는 없는 상황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이로 인해 미래 고객 확보에 중요한 첨단 공정인 2나노 역시 TSMC에 주도권을 넘겨줄 우려가 제기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미국 테일러 공장은 2나노 양산 일정을 아직 공개하지 못한 반면 TSMC는 미국 애리조나 신공장에서 2나노 공정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2나노 수율에서도 TSMC가 앞서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 따르면 TSMC의 대만 공장에서 생산중인 2나노의 수율은 60%에 달한다. 반면 삼성전자는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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