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HBM, 범용 제품에서 기업별 맞춤형으로 진화...수요 예측 용이해져
삼성전자·SK하이닉스, 맞춤형 HBM 경쟁력 확보에 대규모 인적·물적 투자
일반 D램·낸드플래시, 공급 과잉 해소는 아직...치밀한 고객 수요 분석 필요

올해 상반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실적 배경에는 메모리 반도체 호황기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상반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실적 배경에는 메모리 반도체 호황기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우 기자】 지난해 공급 과잉으로 불황기를 맞이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올해 들어 완벽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제 관심은 이번 슈퍼 사이클(대호황)이 올해를 넘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로 쏠리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제조 업체들의 공급 과잉 문제로 일반 주기보다 더 빠르게 불황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반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핵심 칩으로 부상 중인 HBM(고대역폭메모리)의 제조 방식이 '선주문 후제조'로 변화하면서 슈퍼 사이클의 기간이 이전 대비 더 길게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슈퍼 사이클'에 올라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선주문 후생산' 방식을 통해 공급 과잉 우려 해소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 매출액이 144.3% 상승하며 상위 10개 업체 중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매출액은 90억74000만달러(약 13조477억원)으로 집계됐다. SK하이닉스 이천 본사 전경. [SK하이닉스 제공=뉴스퀘스트]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 매출액이 144.3% 상승하며 상위 10개 업체 중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매출액은 90억74000만달러(약 13조477억원)으로 집계됐다. SK하이닉스 이천 본사 전경. [SK하이닉스 제공=뉴스퀘스트]

19일 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실적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실적 배경에는 메모리 반도체 호황기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삼성전자가 지난 1분기 글로벌 반도체 시장 매출 1위를 기록했으며,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매출 증가율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1분기 삼성전자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8.8% 증가한 148억7300만 달러(약 20조2987억원)을 기록하며 인텔,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매출액이 144.3% 상승하며 상위 10개 업체 중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매출액은 90억74000만 달러(약 13조477억원)으로 집계됐다.

SK하이닉스의 경우 매출액과 함께 신용등급도 상향됐다.

국제신용평가사 'S&P(스탠다드푸어스)'는 지난 8일 SK하이닉스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상향조정하며 "수익성이 높은 HBM 매출 비중 확대, 생산효율 개선 및 우호적인 가격에 힘입어 2024~2025년 동안 의미있는 수준의 수익성 개선을 시현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무디스'는 14일 SK하이닉스의 신용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올렸다. 그러면서 HBM, 서버용 DDR5 등 D램 기술력에 eSSD 등 낸드 사업 경쟁력까지 더해지며 내년 EBITDA(상각전영업이익)가 39조원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까지 영업손실을 겪었던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DS)와 SK하이닉스의 호실적 및 신용등급 상향에는 각 사의 경쟁력과 더불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사이클이 호황세를 맞이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가 3분기 양산 계획 중인 5세대 HBM 'HBM3E 12단'. [SK하이닉스 제공=뉴스퀘스트]
SK하이닉스가 3분기 양산 계획 중인 5세대 HBM 'HBM3E 12단'. [SK하이닉스 제공=뉴스퀘스트]

일반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짧게는 2~3년 길게는 4~5년 주기로 호황기와 불황기가 번갈아 나타나고 있다.

호황기 때는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면서 가격이 함께 오르고 이에 따라 기업 이익도 증가한다. 반면 불황기에는 수요가 감소하면서 가격은 떨어지나 재고가 남아돌면서 기업의 이익이 줄어들게 된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메모리 반도체 시항 악화에 따라 각각 14조8800억원(DS 부문), 7조7303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일각에선 지난 불황기 사례를 언급하며 양 사가 향후 2~3년 내에 공급 과잉 문제를 겪으며 부진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SK하이닉스의 공급량만으로 소비량을 모두 충당할 수 있었던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 5세대(HBM3E) 제품을 본격적으로 구매하기 시작할 경우 HBM 부문의 경쟁 심화와 공급 과잉으로의 전환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평택공장.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평택공장.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업계에선 변화한 HBM 제조 방식을 고려할 때 이러한 공급 과잉 염려는 일종의 기우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내년 말부터 본격적인 공급이 진행될 6세대 HBM인 HBM4부터는 범용이 아닌 기업별 맞춤형으로 제작됨에 따라 수요 예측이 용이해지면서 공급 과잉을 방지할 수 있어서다.

아울러 맞춤형 HBM은 범용 HBM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되기 때문에 이는 반도체 제조 업체의 수익성을 높여 슈퍼사이클을 지속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기업별 맞춤형 HBM 제작에 대규모 인적·물적 투자에 나서며 호황기를 맞이한 이번 사이클을 장기간으로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고객 맞춤형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성능을 고객별로 최적화한 커스텀 HBM 제품도 함께 개발 중이며 현재 복수의 고객사들과 세부 스펙에 대해 협의를 이미 시작했다"며 "최근 업데이트된 생산 판매 계획 기준으로는 올해 고객 협의 완료 물량을 전년 대비 약 4배 가까운 수준까지 확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SK하이닉스 역시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CAPEX(자본 지출)가 연초 계획보다 증가할 수 있으나, 고객 수요와 수익성을 치밀하게 분석해 투자 계획을 수립하"며 "이를 영업현금흐름 범위 내에서 효율성 있게 집행함으로써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겠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업계 최소 두께 12나노급 LPDDR5X D램 12∙16GB(기가바이트) 패키지 양산을 시작했다. [삼성전자 제공=뉴스퀘스트]
삼성전자의 12나노급 LPDDR5X D램 12∙16GB(기가바이트) 패키지. [삼성전자 제공=뉴스퀘스트]

다만, 여전히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HBM보다 일반 D램과 낸드플래시가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만큼 D램과 낸드에서 공급 과잉이 일어날 경우 불황기를 맞이할 가능성도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D램 전체 용량(비트)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5%, 내년에야 1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매출로 따진 HBM 비중은 올해 21%, 내년 3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초기 AI 투자기에 경쟁적으로 가속기 반도체를 확보 중인 미국, 중국 빅테크 업체들이 비용 증가, AI 매출 저조, 재고 증가, 경기 둔화 등의 이유로 내년부터 투자 강도를 완화한다면 HBM 수요도 현재 시장의 높은 기대치를 하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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